‘나와 그것’(I-It) 혹은 ‘나와 너’ (I-Thou)
‘나와 그것’(I-It) 혹은 ‘나와 너’ (I-Thou)
  • 승인 2017.12.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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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사람은 사람으로 이뤄진 숲에서 사람과 어울려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유, 그건 인간이란 존재자체가 약하기 때문이다. 무리 짓는 동물을 보면 모두가 우리처럼 약한 생명체임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초식 동물들이 그렇다. 그 중 사람이란 존재는 어떤 동물보다도 약하다.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능력을 갖추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말이나 사슴 같은 동물이 태어나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뛰어다니는 것에 비하면 사람은 걷는데도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야 걸을 수 있다. 최소한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야 자신의 힘으로 어떤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할 능력들이 생긴다. 동물이 1년이 안되어 성장을 다하는 것에 비하면 인간의 성장은 참 늦다. 그래서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를 보호해주며 살아가야한다.

가만히 보면 사람은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가장 큰 듯하다. 하지만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넘어져도 결국 다시 사람에게 위로를 받아야 일어날 수 있는 우리 사람이라는 존재. 사람으로 울고 웃는 것이 우리 삶이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종교 사상가라 불리는 마틴 부버 (Martin Buber, 1878년~1965년)는 사람의 관계를 ‘나와 그것’(I-It)의 관계와 ‘나와 너’(I-Thou)의 관계가 있다고 얘기했다.

먼저 ‘나와 그것’(I와 It)의 관계는 피상적인 관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역할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그 관계는 서로의 목적이 사라지면 끝이 나는 관계다. 역할적인 만남, 조건에 의한 만남, 정보 교류를 위한 만남이 가장 주 목적인 만남이다. 그래서 그 목적 이상의 만남은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늘 아쉽고 공허함을 느낀다.

반면 ‘나와 너’(I-Thou)의 관계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나라는 한 사람이 있고 또 앞에선 너라는 사람이 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 둘의 진실 된 만남이 바로 ‘나와 너’의 관계다. 그 만남에는 사람에 대한 책임이 있고,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다.

필자는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며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새 학기가 되어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면 나는 늘 설렌다. 어떤 친구들을 만날까? 그들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 설레고 기대가 된다. 그래서 늘 기대하며 교실을 들어간다. 학생들과 더 인간적인 관계가 되고 싶어서 마음을 열고 다가가도 전혀 인간적으로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 이전보다 역할적인 관계만을 원하는 학생들이 더 많아졌다는 느낌이다. 그 점이 너무 아쉽다. 학기가 종료되면 끝이 나는 관계는 ‘나와 너’가 아닌 ‘나와 그것’의 관계다. 나를 한 명의 사람으로 보지 않고 학점을 부여하는 사람 딱 그 정도만의 관계를 원할 때 학생들에게 나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It)이 된다.

연인 사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함께 데이트를 할, SNS에 연애중이라는 프로필을 올리고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 위한 사랑할 대상(그것)으로만 사람을 만난다면 만남이 쉽고 헤어짐 또한 쉽다. 그 역할을 해줄 사람을 다시 찾으면 되기에. 친구의 관계도, 부모 자녀와 관계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나와 너’의 관계를 맺는 사람이 있고 ‘나와 그것’의 관계를 맺는 사람이 있다.

필자는 사람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진실한 눈을 가진 한 사람이 진실한 또 다른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사람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그가 입은 옷도 아니고 그가 차고 있는 시계도 아니었으면 한다. 항상 그 사람의 눈을 먼저 보았으면 좋겠다. 눈 속에 담긴 그 사람 아픔을 먼저 보았으면 좋겠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 맞다.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온 우주를 만나는 일과 같이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지 말기로 하자. ‘그것’을 만나려 하지 말고 ‘너’를 만나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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