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코드가 맞아야지? 코드를 맞춰야지!
<대구논단>코드가 맞아야지? 코드를 맞춰야지!
  • 승인 2009.12.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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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한 출판전문지가 최근 올해 출판계 키워드 30개를 선정하고 1위로 `소통’을 꼽았다. 그만큼 올 한해는 `소통’ 담론이 어느 때보다 활발했고, 또한 소통에 대한 강조는 아마도 `불통 대한민국’을 드러낸 현상이기도 할 것이다.

2010년 새해에도 그렇다면 소통의 부재가 이어질까? 우리가 소통을 하려면, 흔히 `코드가 맞아야지’라고 한다. 여기서 코드라는 말은 `약속 또는 법칙’이라는 뜻과 `드러나지 않은 의사소통의 수단’이라는 뜻을 함께 갖고 있다. 이 이중성은 정보를 공유하려는 인간의 오랜 노력이 스스로를 감추려는 노력과 함께 전개돼 왔음을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코드는 그냥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서로 적대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매우 근본적인 교감의 감정, 그것이 `통했다’라는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형태의 코드의 연결은 현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즉, 완벽한 소통은 실현 불가능하지만 그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서로가 지닌 차이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호소하고, 결국에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물러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둘 사이에 절대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사람들은 궁극의 소통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고 좌절하게 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계에 있어서 뭔가 미진한 기분, 뭔가 더 채워져야 할 것 같은데 채워지지 않는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인간관계를 잘 맺어가는 사람들은 서로간의 분명히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 믿으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는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들이 서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 통하는 언어를 이해하고, 조화로운 주고받음을 위해 노력하는 것, 그러면서 감성적으로 하나로 연결되고 통하는 마인드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통 능력을 키운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한 소통 능력에는 바로 말이 수단이 될 것이며, 사람 사이의 소통을 돕는다는 목적을 위해 기능한다. 말로써, 세상과 관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가 나를 인정함으로써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게 하고, 때로는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기도 하고,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일을 수행하기 위해 창조를 위해 소통하는 것이다.

결국 말이란 타인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고 타인에게 인정받고 함께 말을 도모하거나 자신을 점검하고, 그래서 자신에게서 해방되는 소통의 수단이다. 이러한 소통 능력은 한 결 같이 사람마다 같을 순 없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삶의 목표나 방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방법과 태도로 말할 때 가장 탁월하게 소통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소통할 때 `코드’는 서로를 이해하면서 공통점을 만들어내 서로에게 맞춰지게 되고,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법칙으로 새로운 코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솜씨 좋게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밝히고, 자신의 반응을 관찰해 조절하며, 공통점을 찾고, 신호를 포착해 상대의 취향을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관계를 맺는 과정은 언제나 변화를 거듭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한 관계에 대해 시험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대의 마음을 떠보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본 다음, 뭔가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 그 후 다시 반응을 살펴보고, 그 반응을 토대로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코드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끊임없이 관계를 시험하고 조정하는 것. 그러면서 `코드’라는 것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

2010년에는 이랬으면 한다. `코드가 맞아야지’를 외치기보다, 이렇게 `코드를 맞춰야지’라는 노력이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지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소통의 부재는 소통의 시작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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