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찾는 이 없어…고요한 자갈마당
밤에도 찾는 이 없어…고요한 자갈마당
  • 장성환
  • 승인 2017.12.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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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사업에 이용객 급감
업소 3분의 2이상 사라져
남아있는 성매매 종사자들
“생존권 보장해달라” 호소
시 “업소 근절 박차 가할 것”
자갈마당사진
21일 밤 11시께 대구 중구 도원동에 위치한 자갈마당 성매매 업소 인근에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만이 서성이고 있다. 장성환기자

대구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창촌인 자갈마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구시의 대대적인 정비 사업으로 존폐 위기에 처해 있는 자갈마당의 경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아직까지 영업을 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지난 21일 밤 11시께 대구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성매매 업소 인근은 불이 다 꺼진 채로 고요했다. 예전 같으면 한창 사람들로 붐빌 시간이지만, 근처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단속이 강화되면서 밤 12시 이전까지는 업소 불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어둠 속에 가만히 앉아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시의 자갈마당 정비 사업 이후 과거 100여 곳이 넘던 성매매 업소의 숫자는 30곳으로 줄었고, 성매매 종사자들 역시 각자 살길을 찾아 원룸·오피스텔 등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현재 남아있는 성매매 종사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아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매매 종사자 대표 A씨는 “하루에 손님이 1~2명 정도 있으면 다행인 상황”이라며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다들 홀로 자식을 키우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인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없애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성매매 업소 업주 B씨도 “CCTV 설치하고 하루에 순찰차가 3번씩 사이렌을 울리며 돌아다니니 아무도 오지 않는다”며 “우리도 확 문 닫고 장사 안 하고 싶지만, 남아있는 업소 종사자들의 생계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반면 대구시는 이대로 자갈마당 정비 사업을 계속 진행해 성매매 업소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하철역과 아파트 사이에 성매매 업소가 즐비해 있어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시는 지난해 제정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통해 그들의 생존권에 대한 대책 역시 확보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조례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탈 성매매를 약속하고 자활 신청하면 생계비 100만 원~1천만 원, 임차 보조금 700만 원, 직업훈련비 300만 원 등 최대 2천만 원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실 박영호 주무관은 “자갈마당 정비 사업으로 전체 성매매 숫자가 줄어드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민 세금으로 성매매 종사자들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생존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자갈마당 정비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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