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도 않은데
돌아서는 걸음은 추적추적 다리에 치마가 감겼다
눈에도 벽이 서든가
눈에 서서 자라는 벽, 앞이 흐릿하다
행로의 변경은 필수불가결
마음이 물처럼 스며들어
작은 바람 한 조각 물결로 시작되나
부딪혀 쓸려나가는 땅에 와서 완성되는 파도
아침을 밟고 지나가는 뒷모습
들리지 않는 손짓
내 그리움 그대 가득한 그리움에 닿으면 불쑥
넘쳐날까 두렵다
바램은 기억의 조각을 다시 붙이는 일
내 안에서 태어난 또 다른 물줄기
◇이순옥=2004년 월간 모던포엠 시부문 등단
제3회 잡지협회수기공모 동상수상
시집 [월영가], [하월가]
공저 [한국 시 대사전 수록]외 다수
<해설> 세상의 거대한 슬픔이 나를 덮쳐 올지라도 순결한 내 영혼을 자신으로부터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단단한 각오와 세상과의 쟁의를 설득력있게 내포하고 있다. 시인 자신의 영혼과의 대화체를 통하여 이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독자 자신도 그 세계에 함몰되어 버리도록 하는 표현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가능태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의 소시민적 일상의 버거움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낸 것에서 기인한다. -전형철(시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