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녀
돌싱녀
  • 승인 2017.12.19 12: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현숙(리스토리 결혼정보 대표)


높푸른 하늘에 햇살이 유난히 따사로운 지난 십일월 어느 늦가을 오후. 나는 약간의 설렘을 안고 약속시간 십분 전에 그녀를 만나기 위해 커피숍에 도착했다.

조용한 장소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창가 쪽에 키가 훤칠하게 크고 긴 파마머리의 여성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서로 통하여 눈빛 교환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초면의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려고 커피를 시켜놓고 대화를 나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얼룩 없는 과거를 가진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그녀는 사십 대 초반의 돌싱녀(돌아온 싱글의 준말). 실력 있고 이해심 많은 단골 미용실 원장님의 소개로 그녀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누구든지 자신의 사생활이나 과거의 아픈 상처를 끄집어내어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 탓인지 그녀는 큰 눈을 조용히 내리깔고 조심스럽게 지난 얘기를 담담하게 했다.

삼십 대 후반의 나이에 엄마의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남편은 대책 없는 백수건달이었다. 결국 사기결혼을 당한 것이라 했다.

지방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학원을 운영하는 능력과 나름 지성미를 갖춘 여인이었지만 사람의 인연은 알 수가 없는 가보다.

그녀는 남자와 연애경험 한번 없이 일만 하다가 혼기를 놓쳐버렸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를 검증할 시간도 없이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 만난 지 3개월만에 결혼했다. 남편은 거짓 명함 한 장으로 순진한 그녀를 속였다.

믿는 마음하나로 결혼을 하고만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속상해했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겠느냐고 한다. 그냥 세상 남자들이 다 무섭다고도 했다.

저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아닐까 하며 사람을 의심하는 버릇마저 생겼다. 남자에 대한 불신이 그녀의 발목을 잡아 결혼에 대해 자신이 없다고도 했다.

결혼상담을 하다보면 새로운 배우자를 찾는 재혼남녀의 특징은 과거의 이혼 사유에 민감하다.

이혼사유는 배우자의 무능력과 외도, 폭력, 술, 도박, 고부간의 갈등, 성격차이 등 참으로 다양하다. 상대 여성이 외모가 미스코리아 뺨칠 정도로 뛰어나도 부인이 외도해서 이혼한 경우에는 이쁜 여성에게 부담을 느낀다.

남편이 마마보이라서 이혼한 경우에는 절대로 시어머니와 한 집에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또한 남편이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것이 이혼 사유였다면 상대 남성의 경제력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TV에 “짝”이라는 프로에 출연한 돌싱녀도 그랬다. 정말 이상형인 남성을 만났는데 그 남성이 술을 좋아한다니 울면서 결국은 헤어졌다고 한다.

왜냐하면 전 남편과 헤어진 이유가 술이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사기결혼으로 충격 받은 그녀의 새로운 배우자의 조건은 성실하고 거짓말 안 하는 평범한 남성이다. 마음이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남성이라면 금상첨화라 했다.

흔히들 배우자를 찾을 때, 여성은 남성의 경제력을 중시하고, 남성은 여성의 외모를 많이 보는 경우가 있다. 백세시대를 바라보면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한 사람과 평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다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결혼은 현실이다. 배우자의 경제력, 외모, 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물질적인 것도 영원할 수 없고, 외모도 나이가 들면 변한다. 결혼이란 부부가 한 곳을 바라보면서 함께하는 긴 여정이다. 공감과 소통이 되는 사람을 만나서 동행한다면, 백세까지 같이 살 수 있는 기적을 경험하리라 생각한다.

그녀가 경제력이나 외모보다 상대의 따뜻한 마음씨와 진정성을 보고 배우자를 찾기를 권유하면서 아팠던 과거를 잊고 높푸른 하늘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미래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