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영화 마술사기단과 문재인 정권
[윤덕우 칼럼] 영화 마술사기단과 문재인 정권
  • 승인 2017.12.2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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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주필
윤덕우(주필)
‘나우 유 씨 미(Now You See Me)’. 2013년에 개봉돼 압도적인 흥행을 기록한 마술 범죄영화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술사기단’의 부제가 붙었다. 누군가의 기획으로 뛰어난 재능과 개성을 가진 마술사 4명이 모여 만든 마술사기단 ‘포 호스맨’. 이들은 감성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선수다. 선동의 대가이자 표퓰리즘의 명수들이다. 은행 현금을 몽땅 털어 관객들에게 뿌리고, 자신들의 후원자인 보험회사 회장 계좌에서 관객들 계좌로 퍼주고 환호와 갈채를 받는다.

은행과 보험회사 회장 계좌 털이는 그렇게 시작된다. ‘포 호스맨’이 라스베가스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우리 오늘밤 은행을 한번 털어보죠?” 라고 선동하자 관객들은 좋다고 열광한다. “내가 쓰는 은행 털어줬으면 하는 분?”하니까 너도 나도 손을 들고 난리다. 관객 한명이 선정됐고 그가 쓰는 프랑스은행의 3백만 유로가 삽시간에 털렸다. 관객들에게 돈벼락이 떨어지고 마술사기단은 일약 스타가 됐다.

다음 무대는 뉴올리언즈. 관객들은 허리케인 피해자면서 ‘포 호스맨’ 후원자인 보험회사 보험가입자다. 보험회사 회장은 눈앞에서 자신의 계좌 1억4천만달러가 털린다. 영화에서는 관객들이 촛불 대신 손전등을 들고 등장한다. 관객들이 자신의 계좌잔고가 적혀있는 종이에 손전등을 비추면 회장계좌에서 수만달러씩 자동이체 된다.

은행과 보험회사 회장은 문재인 정권의 시각으로 보면 청산대상인 보수적폐다. 은행은 높은 대출이자와 비싼 수수료로 고객을 괴롭히는 악으로 묘사됐다. 보험회사 회장 역시 허술한 약관을 핑계로 교묘하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악덕자본가로 나온다.

대신에 고급호텔 마술쇼 관객들은 사회적 약자로 포장되고 퍼주기 마술사기단은 ‘기부천사’나 ‘의적마술단’으로 미화됐다. 마치 홍길동의 활빈당이나 로빈후드처럼.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누군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마술사와 관객을 이용하는 치밀한 음모에 불과하다.

대범한 마술쇼일수록 관객들 바로 눈앞에서 진행된다. 마술을 시작할 때는 “나우 유 씨 미”라며 관객들의 시선을 모은다. 뚫어지게 바라보지만 보고도 속는 것이 마술이다. 마술사는 현란한 눈속임을 위해 마술도구를 사용하며, 마술은 치밀한 작전설계사에 의해 빈틈없이 진행된다. 작전설계가 치밀하지 않으면 눈속임이 금방 들통 난다. 영화에서는 리더인 다니엘이 작전설계사다.

2018년 1월 2일 새해 아침. 지난 일년을 되돌아 본다. 지난 한해 대한민국에서도 마술영화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마술도구는 촛불이다. 촛불마술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주요 국정과제가 ‘국민주권의 촛불민주주의 실현’이다. 민주주의면 민주주의지 ‘촛불민주주의’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용어다. 아무튼 촛불마술의 목표는 완전한 보수궤멸이고 보수궤멸의 마술도구는 적폐청산이다. 이를 위해 적폐청산위원회도 만들었다.

이제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지 벌써 7개월을 훌쩍 넘어섰다. 촛불관객들의 환심을 사기위한 마술은 계속되고 있다. 참 듣기 좋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대표적인 것이 기초연금 대폭 인상, 아동수당 신설 등 퍼주기 예산이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라며 최저임금 인상에다 근로시간까지 단축했다. 일자리를 대폭 늘린다고 공무원도 대규모로 증원한다. 혈세로 민간 기업에 최저임금도 지원한다. 장기적으로 수백조원의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가는 정책이다. 나라 곳간은 아랑 곳 없다. 마치 마술사기단이 그랬듯이 내 돈이 아니니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문재인 정권의 기대와 달리 많은 국민들은 ‘더불어 못사는 경제’를 우려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며. 최저임금인상으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은 벌써부터 아우성을 치고 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인건비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환호와 박수를 쳐주는 촛불관객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이 보여 주는 마술은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거울삼아 훨씬 더 치밀하고 정교해졌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학계, 언론 , 노동, 시민단체 각 분야별로 어느 때보다 많은 작전설계사들이 움직이고 있다. 특히 전대협이나 시민단체 등 운동권에서 기량을 닦은 선수들이 많다. 이들은 국민들 감성을 자극해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마술을 보는 관객은 크게 두 가지 부류다. 한쪽은 팔짱을 끼고서 마술의 속임수를 파헤쳐보려는 타입이고, 다른 한쪽은 넋을 잃고 마술에 빠져드는 타입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쇼(show)통’이라고 얘기하는 국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솔깃한 말과 화려하게 보이는 것은 다른 무엇인가를 감추기 위한 수단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마술사기단 작전설계사 다니엘은 관객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너무 가까이서 보면 보이지 않는다.”고.

그래서 적지 않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자칫하면 대한민국이 ‘더불어 사회당’아니 ‘더불어 사회주의’가 되지 않을까하고. 새해 아침에 국민들의 우려가 제발 기우(杞憂)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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