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도로위에서 잡초우거진 그곳을 꿈꾼다 /그곳은 누구나 평화주의자 불성으로 충만해지는 곳 /쿵쿵 지구바닥까지 내 걸음을 알린다
지나던 미물조차도 내 발길에 채이지 말기를 /오디 처녀가 마음대로 생리를 하고 붉디붉은 생리혈로 /자유로운 그곳 돌계단을 지나면 천상에 도달할까 /그곳에는 제우스와 선녀가 있을까
누가 인간에게 이 비밀의 화원을 알려 줬나 /땅과 하늘이 압축되는 날 /시커먼 구름 속 마지막 남은 한 방울마저 쥐어짜는 날 /그곳에서 하늘길이 열리리라 /나 비록 포도위에 있지만 걱정 마 /내겐 꼭꼭 다진 보물단지가 있으니까 /어둔데서 웅크려 익은 장맛으로 천상을 보게 하리라
그곳은 쥐라기 생태공원 /솔방울은 왕방울만하고 /고사리가 우산처럼 펼쳐진 곳 /누가 지나갔을까 /오이디푸스의 눈먼 발자국인가 /흠흠 좋은 냄새로 가득한 그곳에서
타임캡슐을 탄 시간여행자 되어 /한적한 숲길을 천천히 시간 늘려 걷고 /이글거리는 포도위에서는 타임랩스를 돌린다 /나는 지구 땅을 딛고선 우주바라기 타임랩스 증후군이다.
◇강은주 = 대한민국 신지식인 선정
책사랑 전국주부 수필공모전 대상
현 대구한국일보 기획홍보부장
<해설> 시에도 종류가 있다. 그것을 우리는 운문 시와 산문시로 구분 짓는데 시의 형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다. 즉 운문 형식의 경우 직설적이면서 함축을 기본바탕에 두고 있지만, 산문 형식의 시는 운문과 다르게 난해성을 기본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독자가 작가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게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것을 요즘 말로하면 시의 낯설기다. 미술의 추상같은 의미로 해석하면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싶다. 작가 강은주님의 시 피안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근현대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시라 할 수 있겠다. 시제(時制) 역시 이상적인 경지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작품 내면에 깔린 필력과 함께 작가의 숨은 의도가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할 수 있겠다. -이재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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