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오른다는데 우리는 왜…”
“최저임금 오른다는데 우리는 왜…”
  • 장성환
  • 승인 2018.01.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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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간·업계관행 등 이유
‘열정페이’ 강요 업체 수두룩
대구청년들 상대적 박탈감 커
법적·제도적 보완 장치 시급
지난 1일부터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가량 올랐지만, 여전히 ‘열정페이’를 강요받으며 일하는 대구지역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정해진 최저임금부터 잘 지킬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의 한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심 모(여·24·대구 동구 율하동)씨는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면서도 최저임금에 상관없이 2년째 월급으로 120만 원 내외를 받았다.

올해부터는 월급이 올라 13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지만 한 달 생활비로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심씨가 이렇게 적은 금액을 받는 이유는 ‘미용실 수습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정식 디자이너를 보조하며 배우는 기간이므로 적은 돈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미용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심씨는 “다른 직종은 인턴이나 수습으로 6개월~2년 정도 일하지만, 우리는 짧으면 2~3년에서 길면 7년 이상까지 견뎌야 정식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며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할지 기약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김 모(20·대구 남구 대명동)씨도 최저임금에 턱없이 모자라는 시간당 5천500원을 받으며 일한다. 계약할 때 점주에게 최저임금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 중 최저임금 다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오히려 화를 냈다. 점주가 그나마 여성은 시간당 5천200원을 주는데, 김씨는 남성이라 특별히 5천500원을 준다고 설득해 그냥 일을 시작하게 됐다.

김씨는 “주변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편의점·주유소·PC방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원래 최저임금보다 낮은 돈을 받는다고 들었다”며 “올해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고 들었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소용없는 일”이라고 한탄했다.

처음 일하기 때문에 배워야 한다거나 업계 관행이 원래 그랬다는 이유로 열정페이를 지급하는 일터가 아직도 사회 곳곳에 수두룩하다. 게다가 최근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조차 대학생 인턴에게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인 한 달에 30~70만 원 정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며, 공공기관도 지키지 않는 최저임금을 누가 제대로 지킬 수 있겠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열정페이 근절을 위해 정해진 최저임금부터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현재 최저임금 준수율이 낮은 이유는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작년 6월까지 고용노동부가 자체 적발한 4천528건의 최저임금 위반사례 중 불과 2.5%인 115건만이 사법처리 되는 데 그쳤다.

대부분의 최저임금 위반 업주는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시정조치’로 처벌이 마무리된다. 따라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했을 때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는 것이 아닌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사법적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큰 금액의 벌금을 내는 등 경고성 처벌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법 위반 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자기 권리를 내세우며 신고하는 것과 함께 업주 역시 미지급된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 이상의 추가 처벌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법과 규칙을 잘 지키는 사회문화·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을 낮추는 등으로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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