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별점 앞세운 심부름 요구에 배달원 ‘몸살’
앱 별점 앞세운 심부름 요구에 배달원 ‘몸살’
  • 장성환
  • 승인 2018.01.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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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평가 제도 볼모로
집 쓰레기 처리 등 떠맡겨
“손님 갑질에 하인 된 기분
동등한 인격체로 봐줬으면”
#. 대구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배달 일을 하는 정 모(23·대구 동구 효목동)씨는 음식 배달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손님으로부터 자신의 집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다. 처음에는 일과 상관없는 부탁이라 거절했는데,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손님이 음식점에 별점을 매겨 평가할 수 있게 되면서 부탁을 거절할 수 없게 됐다. 손님의 비위를 어떤 식으로든 거스르게 되면 앱에서 음식점 별점이 깎여 평가에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정씨는 “일반 쓰레기뿐만 아니라 음식물·화장실 쓰레기까지 버려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며 “배달 앱을 이용해 주문하면 손님이 자기 마음대로 음식점에 별점을 매길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한 부탁이라도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푸념했다.

#. 찜닭 가게 배달원인 이 모(21·대구 동구 신천동)씨도 배달 앱의 별점 때문에 손님의 심부름을 하는 경우가 일주일에 한 번은 있다. 보통 배달 오는 길에 근처 마트나 편의점에 들러서 담배나 생필품 등을 사다 달라고 하는 요구가 가장 많다. 이씨는 “내 일이 아닌 잡심부름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힘들지만, 손님이 고마워하는 기색 없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태도를 보이면 너무 자괴감이 든다”며 “우리는 배달을 하는 사람일 뿐 손님의 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배달원을 상대로 온갖 심부름과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 갑질’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배달 앱을 이용해 주문하면 소비자가 마음대로 가게에 별점을 매겨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달 앱의 별점을 볼모로 쓰레기를 버려달라거나 담배·술·생필품 등을 사다 달라고 요구하는 등 배달원 본연의 업무와 상관없는 요구를 하는 진상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손님은 왕’이라는 한국 특유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손님의 요구는 무엇이든 들어줘야 한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손님 갑질’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앱의 별점으로 손님이 가게를 평가하고 여론을 좌우할 힘과 권한이 생기자 진상 손님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음식점 주인과 배달원들은 하소연한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영미(여·49·대구 동구 입석동)씨는 “손님들이 배달원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게 아니라 아랫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며 “우리는 정당한 대가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일 뿐 하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좀 인지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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