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민심 역행 행보” 우려
단계적 개헌 합의 가능성도
6월 무산 땐 여야 모두 부담
문재인 대통령이 ‘6월 개헌’ 의지를 재천명하고 압박과 회유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며 국회의 조속한 개헌안 발의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2월 합의-3월 발의’를 사실상 정치권 주도 개헌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하며 정치권을 압박하는 동시에, 지방분권 등 국민이 공감하고 여야 합의가 가능한 사안만을 담은 개헌을 우선 추진하고 정부형태 등 논의가 더 필요한 사안은 후속으로 개헌을 추진하는 ‘단계적 개헌론’ 중재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에 야권, 특히 6월 개헌 불가론을 내세우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개헌 입장에 ‘선전포고’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이 공감하고 여야가 합의가능한 사안만이라도 우선 개헌을 추진하자는 제안에도 한국당은 부정적이다.
한국당 원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11일 오전 당 헌법개정·정치개혁·사법개혁 특위 회의에서 “합의가 쉬운 의제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하기보다는 권력구조를 포함한 중요 과제들을 선택과 집중해서 결론을 빨리 내릴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활동해주기를 바란다”고 당 특위 의원들에게 주문했다.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을 당부하면서도 ‘원포인트’ 또는 ‘단계적’ 개헌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강경한 한국당의 입장과 달리 내부적으로 동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개헌을 주도하는 문 대통령과 일반 국민들의 개헌 지지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한국당이 민심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정부·여당이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정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지만, 개헌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탓에 자신들이 ‘개헌 반대 세력’으로 낙인 찍혀 오히려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역풍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당내에서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단계적 개헌이라는 중재안을 중심으로 여야 합의에 나서는 전향적 태도를 보이거나, 국민·지역 주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지역구 의원들의 이탈로 한국당의 ‘6월 개헌 저지’전선에 균열이 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6월 개헌이 무산되면 이를 공약으로 내건 문 대통령과 개헌 추진 입장을 번복하고 반대하고 나선 한국당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가운데 양 측 모두의 입장을 어느정도 절충. 만족시킬 수 있는 ‘출구’가 마련된다면 한국당 또한 태세전환을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성규기자 sgkk@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