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어둠이 걷히는 순간 마치 하늘이 내려앉은 듯 맑고 푸른 해역에 드넓게 펼쳐진 대나무발이 켜켜이 채워져 있었다. 분지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신기하고 낯선 풍경이었다.
아침 해가 떠오르기 무섭게 반짝이는 햇살을 가르며 몇 척의 배가 양식장 곳곳으로 숨어들어 수작업에 열을 올린다.
겨울 한 철. 두어 달 되는 수확기엔 어민들의 거칠고 시퍼런 손길에서 노동의 인고가 느껴졌다.
한때는 김 양식에 방해되는 잡초처럼 천대를 받던 매생이가 풍부한 영양과 효능이 알려지면서 어촌의 소득증대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의 여정에서 매생이만 꿋꿋이 지켜왔으며 급변이라는 시대 흐름에 역행한 어민들의 뚝심이 깊은 삷의 울림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