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로 기억된 너, 아름다운 꽃시절 있었구나
나물로 기억된 너, 아름다운 꽃시절 있었구나
  • 윤주민
  • 승인 2018.01.17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휘영의 야생화 편지 (5) 취나물꽃
국내 60여 종 자생…24종 식용으로
종류에 따라 꽃의 색깔·모양 달라
참취는 ‘나물 중의 나물’로 전해져
달여 먹고 병 나았다는 전설도 있어
곰취, 잎이 둥글고 쌈채로 이용돼
깊은 산 습지·고원지대서 자라나
氣 돋우고 혈액의 흐름 좋게해
모양새가 독초 ‘동의나물’과 비슷
20170826_165325(참취)
참취


#취나물

봄이면 새싹이 돋아나면서 자연으로부터 주는 선물이 많다. 달래, 냉이, 씀바귀 등의 나물이 많이 나고 산에는 각종 산나물도 많이 나온다. 산나물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것이 취나물인데 높고 낮은 산 속에 지천으로 돋아나기에 예로부터 나물로 즐겨 먹던 것이다. 대개 취나물 하면 참취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곰취, 미역취, 분취, 수리취, 개미취 등 나물로 즐겨먹는 산야초 중에서 ‘취’라는 접미사가 붙은 것의 총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취나물 중에서도 가장 향기와 풍미가 뛰어난 것으로 참취와 곰취를 꼽는다. 참취는 나물 중의 진짜나물이라 참채(眞菜>참채>참취)라 했고 나물이라는 ‘채(菜)’가 전와해 ‘추’ 또는 ‘치’, ‘취’로 변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취나물’은 나물나물 혹은 나물 중의 나물이란 의미가 된다. 특유의 향과 쌉싸름한 맛이 특징인 취나물은 국내에 60여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그 중 참취, 개미취, 각시취, 미역취, 곰취 등 24종 정도가 국내에서 식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취나물은 그 종류에 따라 꽃의 색깔을 달리한다. 참취는 하얀 색이지만, 곰취와 미역취는 노란색 꽃이 핀다. 분취, 개미취 등은 보라색 꽃으로 꽃모양도 각기 다르다.



#참취

대개 취나물 하면 떠올리는 것이 참취다. 참취(학명: Aster scaber Thunb)는 국화과 참취속의 여러해살이풀로 3~4월에 싹이 돋아나고 하얀색 꽃은 8월말에서 10월경에 개화한다.

참취의 속명 ‘아스터(aster)’는 꽃의 아름다움을 두고 붙인 것으로 별(star)처럼 생겼다는 희랍어에서 유래하고 종소명 스카베르(scaber)는 잎의 면이 거칠다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영명은 rough aster, 중국에서는 동풍채(東風菜), 일본에서는 시라야마국화(シラヤマギク)라고 부른다. 참취는 구절초나 쑥부쟁이 종류처럼 주로 늦여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자태가 한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는 꽃이라 할수 있다. 가을 산행길에 산중턱쯤의 길섶이나 풀숲에서 흔히 만나는데 높은 꽃대에 작은 순백색의 꽃이 이 참취이다. 키는 1~1.5m정도까지 자라고 꽃은 50원짜리 동전 정도의 크기로 높은 꽃대 위에 방사상으로 붙어있다. 서식지로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시베리아 등에 걸쳐 분포한다. 대개 이른 봄부터 6월경까지 채취하여 식용으로 쓰나, 최근에는 재배한 산채가 일반적으로 식탁에 오르는데, 취나물 중에서는 단연 그 재배량이 가장 많고 재배산채 중에서 더덕, 고사리, 도라지에 이어 4번째로 재배면적이 많다.

참취에는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등 각종 영양소가 함유돼 있는 알카리성 식품으로 알려져 연중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재배 참취의 생산은 노지에서는 3~5월, 시설에서는 연중 생산되며 충남의 보령, 태안, 논산, 전남 고흥, 광양, 경남 고성 등이 주산지이다. 생채와 묵나물, 장아치, 나물밥 등의 가공품으로 공급되고 있다.

20170909_142830(미역취)
미역취


참취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한다.

옛날에 금슬 좋은 선비네 부부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이 부부는 살림살이가 좋지 않아 근근히 살면서 벼슬에는 큰 뜻이 없었다. 그 마을의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부부에게 아들이 태어났다. 그러자 이들 부부는 아주 기뻐하였고 아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게 됐다. 그 아이는 아주 총명하여 3살 때에 이미 사서삼경을 외우는 등 한 번 본 것은 절대로 잊지 않을 정도였다. 동네 사람들은 이 아이를 보고 저 아이는 크면 분명히 장원급제를 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보통 때처럼 글을 읽고 있을 아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부부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보았지만 기척이 없었다. 아들이 있을 법한 곳의 방문을 열어 보았다. 그곳에는 아들이 진땀을 잔뜩 흘리면서 책상에 얼굴을 처박고 쓰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상황을 본 부부는 깜짝 놀라 얼른 아들을 방안으로 옮겼다. 아들을 편안하게 눕힌 다음 땀을 닦아주고는 좋다고 하는 약초는 모두 구하여 정성스레 달여 아들에게 먹였다. 하지만 아들은 음식도 먹지 못하고 하루또 하루 지날수록 점점 더 병이 심해졌다. 부부는 혹시라도 귀한 아들을 잃을까 걱정이 태산 같았으며 매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툇마루에 앉아서 시름에 젖어있을 때였다. 지나가던 행색이 허술한 노인이 부부에게 다가와 “무슨 일로 그리 슬피 울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런 노인을 보고 있던 부부는 행색이 너무 초라하여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혹여 아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을까 해서 그 동안의 일들을 소상하게 알려주었다.

부부의 이야기를 들은 노인은 아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누워있는 아들을 진맥했다. 그런 다음 아들은 간의 기혈이 급성으로 손상돼 기력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봇짐 속에 있는 보잘 것 없는 풀을 주면서 정성을 들여 달여 먹이라고 하고는 길을 떠났다. 그 노인이 준 풀을 받아든 부부는 내심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지푸라기도 잡는 생각으로 정성을 들여 그 풀을 달여 아들에게 먹였다. 또한 약뿐만 아니라 나물 반찬과 죽도 쑤어 함께 먹였다. 그러자 아들은 하루가 다르게 기력을 회복했고 음식도 잘 먹게 됐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건강을 회복해 다시 예전처럼 글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아들은 어떤 병치레도 하지 않고 공부를 한 덕분에 장원급제를 하게 됐다. 이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그 풀로 쌈을 싸 먹게 됐는데 그 보잘 것 없는 풀이 바로 ‘참으로 귀한 나물’이라 하여 ‘참나물’=참취(眞菜, 취나물)라고 한다.

20170916_133643(곰취)
곰취


#곰취

곰취는 잎이 둥글고 넓어서 쌈채로도 이용된다. 곰취란 이 잎모양이 곰의 발바닥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과 깊은 산속에 자라는 풀로 곰이 즐겨먹는 풀이라는 것에서 곰취라고 했다는 설이 전하고 있는데 아마도 앞의 설이 더욱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곰취는 다른 취나물 종류와는 달리 노란색 꽃이 피며, 높고 깊은 산의 습지나 고원지대에서 자라는 국화과 곰취속(ligularia)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Ligularia fischeri (Ledeb.) Turcz, 한방에서는 그 뿌리를 호로칠(胡蘆七)이라 해 약용하며, 일본에서는 오타카라코라 부른다.

원예종 산채로 재배하기도 하고, 말린 구근을 약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약효는 기를 돋우거나 혈액의 흐름을 좋게 하며, 기침과 가래에 좋고, 백일해나 객혈을 치료하는데도 쓰인다. 꽃은 7~9월에 피며 지름 4~5㎝으로 황색이다.

최근에는 화단 등에 관상용으로 키우는 경우도 많다. 곰취와 유사한 식물로 동의나물이란 것이 있는데, 잎과 꽃의 모양새가 곰취와 흡사하다. 동의나물은 독초이기 때문에 곰취로 잘못 판단하여 채취해서 중독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둘 다 습한 곳을 좋아하지만 동의나물의 꽃은 봄에 곰취의 꽃은 늦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피는 것이 다르다. 곰취 종류로는 강원도에서 산채로 즐겨먹는 곤달비, 어리곤달비, 화살곰취, 무산곰취 등이 있는데 화살곰취는 백두산 등 북부지방 고산지대에 서식하고, 어리곤달비와 무산곰취는 이북지방에서 자란다.

20170826_160103(개미취)
개미취


요즘은 대부분의 산채들이 재배되고 있으므로 산나물을 캐러가는 일이 드물어졌다. 그만큼 야생의 취나물이 많을 것이다. 늦여름에서부터 가을까지 개화를 하므로 참취, 분취, 미역취, 곰취, 수리취의 꽃을 자연 속에서 만나는 것은 가을산행에서 즐거움의 하나일 것이다.

어머니/ 산소 가는 길가에/ 흰 꽃이파리 성긴/ 참취꽃이 피었습니다// 참취는/ 맛도 좋고 향도 좋아/ 꽃보다 나물로 기억되는/ 나물 중의 으뜸이지요// 새순 돋는/ 이른 봄부터/ 입맛 다시는 사람들에게/ 꽃 피울 틈도 없이/ 제 한 몸 기꺼이 내어주던/ 참취나물//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꽃 시절은 있노라고/ 낙엽지는 가을 숲속에/ 보란 듯이 참취꽃이 피었습니다 (‘참취나물 꽃’/ 백승훈)

칼럼니스트 hysong@yn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