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해도 좋아”…잔잔한 감동 전하는 우리네 이야기
“뻔해도 좋아”…잔잔한 감동 전하는 우리네 이야기
  • 윤주민
  • 승인 2018.01.15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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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가출했던 생모·이부동생과
‘불편한 동거’ 시작하는 복서
서로의 아픔·상처 감싸안고
진심 나누는 가족으로 거듭나
이병헌·윤여정·박정민 주연
진솔한 웃음·가족애 ‘힐링’
도심 속 피아노 연주 ‘그뤠잇’
“신파·억지 눈물” 우려 털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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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스틸 컷.


식상할 법도 한데 또 막상 그렇지 않은 영화다. 힐링 영화 특유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만 그것마저 수긍할 정도. 지난 17일 개봉한 최성현 감독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적절한 웃음과 함께 큰 감동의 물결로 관객을 휘몰아친다. 단순한 스토리, 그리고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으나 출연 배우의 활약으로 이를 보란 듯이 메워버린다. 오랜만에 코미디극으로 복귀한 이병헌과 서번트 증후군을 곧잘 소화한 박정민, 관록의 연기력을 펼친 윤여정이 그 주인공이다.

복싱장에서 운동을 한 뒤 조하(이병헌)는 길 거리로 향한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다. 한때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을 지낼 만큼 실력이 출중했지만 현재는 한물 간 전직 복서일 뿐, 오갈 데 없는 ‘낙동강 오리 알’신세다. 그러던 어느날 조하는 친구와 함께 소주 한잔을 하기 위해 들어선 술집에서 우연히 생모 인숙(윤여정)과 재회한다. 당장 갈 곳이 없었던 조하는 캐나다로 떠나기 전까지만 인숙의 집에서 지내기로 하는데, 이때 존재 조차 몰랐던 ‘이부동생’ 진태(박정민)와 마주한다. 그렇게 세 식구는 만만치 않은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조하는 17년 만에 만난 인숙이 달갑지 않다. 아버지의 주폭을 견디지 못해 자신까지 버리고 떠난 어머니가 미웠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아줌마’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조하의 마음은 인숙의 또 다른 아들 진태로 인해 누그러진다. 조하는 혼자서 지낸 지난 세월이 서글프기만 한데 인숙과 진태의 삶을 보고 있자니 또 마음을 모질게 먹기 쉽지 않다. 외로웠던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는 듯 조하의 하루는 진태와 인숙으로 가득 채워진다. 이따금 섭섭한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 마저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기에 조하는 이를 받아들인다. 진태와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하고, 인숙과 와인을 마시며 춤까지 춘다. 그렇게 영화는 조하의 감정선에 따라 마지막을 향해 달린다.

진태를 빼놓고선 이 영화를 논할 수 없다. 진태는 조하와 함께 웃음을 선사하다가 기어이 관객을 울리고 만다.

진태의 역이 이처럼 빛나는 이유 중 하나는 ‘피아노’의 역할이 크다.

조하가 진태를 잃어버린 뒤 찾은 곳은 피아노를 치는 공공장소다. 또 조하가 인숙을 병원에서 데리고 나와 진태의 콩쿠르 공연을 보게 해주는 곳에도 피아노가 있다. 이는 조하가 어머니를 용서했다는 의미와 함께 진태를 동생으로 인정하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결국 조하는 진태의 피아노로 인해 캐나다 행을 뒤로하고 이들 삶에 스며든다.

피아노가 선사하는 ‘선율’ 또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제대로 한몫 한다. 순박한 진태가 진중해지는 유일한 시간, 그 시간 만큼 스크린 너머 관객도 사뭇 진지해진다.

피아노 위에 사뿐히 얹어 놓은 ‘스마트폰’에는 시종일관 정체를 알 수 없는 게임이 돌아간다. 하지만 진태의 피아노 실력은 소스라칠 정도로 놀랍다. 어디서 배운적도 없는 또 악보 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진태의 피아노 실력은 작품 속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영화관을 찾은 관객까지 매료시킨다.

진태가 콩쿠르에서 연주를 마친 뒤 흐르는 잠깐의 정적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영화관 관객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치더라도 전혀 문제 되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요하네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쇼팽의 즉흥환상곡,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등 어디선가 들었을 익숙한 곡은 영화를 보는 내내 어깨춤을 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가율(한지민)과의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것. 조하-진태-인숙까지 이렇게 세 식구의 이야기만 풀어도 모자랄 것 같은데 영화는 끝내 가율의 이야기마저 덧씌운다. 불의의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그녀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진태, 이들을 연결하려 한 의도처럼 보이지만 썩 와닿지 않는다.

120분의 러닝타임, 눈으로 듣고 가슴으로 봤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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