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산 적신 물방울 안덕으로 흘러 와
방호정 벼랑에 닿으면
옛 선비들의 드높던 기상 머금고
흰 돌 여울 찬란한 백석탄으로 흘러가는
고향땅 우리의 안덕이여
코흘리개 친구들아 알고 있겠지
초등학교 입학, 두 달 만에 6.25
기와지붕 학교, 폭탄으로 살아져
얼기설기 엮어 만든 일곱 칸 초가지붕 가교사
미래를 꿈꾸며 짚자리 깔고 앉아
추위와 배고픔도 참으며 공부했던
그 세월들을…
찌들었던 우리들의 삶은 벌써
육십 년이 흘러 흰 구름을 이고 있구나
그 동안 떠나간 죽마고우
열여섯 친구들,
가슴에 새기면서 명복을 빕니다
이 좋은 세상 왜 그리도 일찍 떠나간 거냐
고향에 찾아와도 허전함 달랠 길 없구나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숙성되어가는 거야
인간은 만남으로 자라는 거야
◇최대식 = 낙동강문학 명예 이사장
경남 법수중학교장 역임
시집 <겨울 바다>
<해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만남이 있다. 그로써 정을 알고, 그리움을 알고, 추억을 가슴에 새기며 진한 삶의 깊이도 알게 되는 것이다. 시인은 고향을 찾고, 젊은 날의 추억은 벗들을 찾아 고향 떠난 지 오래라서 노시인이 찾아가는 고향은 허무할 뿐이다. 이 좋은 세상에서 서로의 만남을 멀리하고 하필 이별을 택한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모습이 짠하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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