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건, 견훤 매복 만났지만 ‘신숭겸 충절’로 安心까지…
왕건, 견훤 매복 만났지만 ‘신숭겸 충절’로 安心까지…
  • 윤주민
  • 승인 2018.01.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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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팔공산 왕건길
8개 테마코스 총 35㎞ 트레킹 길
신숭겸·김락 장군 명복 사찰 3곳
방짜유기· 시인의 길 등 예술 길도
평광동 첨백당 ‘광복기념 소나무’
파군재 전투서 정예병 5천명중 70명만 도주
대패한 왕건 흔적, 평광동 실왕리서 사라져
지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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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지묘동 신숭겸 유적지에 있는 신숭겸 무덤.
4
동구 평광동 첨백당과 광복소나무.
왕건길표지석


#팔공산 동수전투 역사 현장

트레킹(Trekking)이란 가파른 코스가 없는 완만한 산이나 계곡을 걷는 도보여행 혹은 가벼운 등산을 통칭하는 말이다. 트레킹은 가벼운 등산길이니 가족단위로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팔공산 왕건길은 걷기 열풍이 몰아치던 2010년부터 대구시 동구청에서 조성한 8개 코스 총 35km의 트레킹 길이다.

동구청은 태조 왕건과 후백제 견훤이 이 지역에서 격돌한 동수전투(桐藪戰鬪)라는 사실에 스토리를 입혀 8개의 테마길로 명명했다.



왕건길은 한 개의 코스를 가볍게 걷거나 1~4코스(17.5km), 5~8코스(17.5km)로 나누어 두 번에 걸쳐 걷는 것이 적당하다. 각 코스별 경로와 특이사항,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1코스 용호상박길의 경로는 신숭겸장군유적지~탐방센터~대곡지~원모재~왕건전망대~열재까지이고, 열재를 넘으면 대구자연염색박물관과 노태우 대통령 생가가 있다. 용호상박길은 팔공산 올레길 2코스인 <한실골 가는 길>과 겹친다.

△2코스 열린하늘길의 경로는 열재~하늘다리~거저산~하늘마루~부남교까지 이고, 하늘다리(나무육교)까지는 완만하지만 거저산 정상까지는 경사가 있는 등산길이다. 거저산 정상에서 조망하는 팔공산 주능선의 모습이 장관이고, 멀리서 바라보는 대구시 경치가 멋지다.

△3코스 묵연체험길의 경로는 부남교~묵연길~통시바위~발바닥바위~물넘재까지 이고, 코스 전체는 길이 좁고 꼬불꼬불하다.

△4코스 문화예술길의 경로는 물넘재~도학교~방짜유기박물관~동화천~백안삼거리까지 이고, 들머리는 경사가 있는 등산길로 시작된다. 동해사를 거쳐 공산초교, 백안삼거리로 진행하면 방짜유기박물관, <돌 그리고> 공원, <시인의 길>을 지나는 문화예술 감상길이다. 방짜유기박물관에서 2.5km 길을 오르면 북지장사에 도착하고, 북지장사에서 계속 진행하면 팔공산 주능선인 인봉과 노적봉에 도착한다(인봉 0.5km, 노적봉 3km). 이 길은 팔공산 올레길 1코스(북지장사 가는 길)와 겹친다.

△5코스 고진감래길의 경로는 백안삼거리~깔딱재~돼지코~새터마을~평광지~평광종점까지 이다. 백안삼거리의 백안모텔 옆길로 진입하여 왕건길 표식을 따라가면 오르막이 계속되고, 돼지코에서 평광지 쪽으로 하산한다. 평광지 주변에는 사과나무가 많이 자란다. 고진감래길은 왕건이 동수전투에서 전세가 급박하여 매여동 쪽으로 도망치던 도피로로 추정된다. 신숭겸 장군을 추모하는 모영재가 있고(모영재는 현재 평산 신씨 문중에서 개축공사가 한창이다), 평광종점에는 효자 강순항 나무와 정려각이 있다. 팔공산 올레길 4코스(평광동 왕건길)와 겹친다.

△6코스 호연지기길의 경로는 평광종점~첨백당~옻골재~요령봉~매여종점까지이다. 첨백당은 효자 우효정의 효성과 선비 우명식의 절의를 기리기 위해 단양 우씨 문중에서 세운 재실이다. 언덕의 측백나무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첨백당(瞻栢堂)이라 하였다. 첨백당 앞에는 광복을 기념해서 심은 광복소나무가 있고, 뒤편에는 우리나라 최고령이라는 홍옥 사과나무가 있다.

첨백당에서 산길을 오르면 옻골재에 도착하고, 옻골재에서는 환성산 방향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깨진 계란바위, 거북바위를 지나면 능천산 방향으로 진행하고, 이어서 도착하는 요령봉(492m) 정상에서 매여종점으로 내려온다.

△7코스 가팔환초길의 경로는 매여종점~경북대 학술림~초례봉 정상까지이다. 경북대 학술림 옆길을 따라가면 곧 초례봉가는 길 표지판을 만나게 되고, 경사진 길을 2.3km 올라가면 초례봉 정상에 이른다.

마사토로 이루어진 길이어서 미끄럽다. 초례봉 정상은 전망이 좋아서 금호강의 굽이치는 모습이나 경산벌, 고산벌, 멀리 수성벌까지 손에 잡힐 듯 조망되고, 용지봉, 성암산, 앞산, 비슬산, 팔공산 주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8코스 구사일생길의 경로는 초례봉 정상~포토존~동곡지까지 이다. 동수전투에서 패배한 왕건이 이 길을 따라 도망쳐 안심습지나 팔현습지를 건너, 앞산으로 숨어들었기에 구사일생길이라 명명했다.

신서동 혁신도시와 반야월 연근단지, 안심습지, 금호강 강변길과 연결되어 있다.

팔공산 왕건길 전체경로를 살펴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


#팔공산 왕건길 이야기

신라 왕실은 신라의 무관 출신으로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을 역적으로 간주했다. 장보고의 반란과 암살로 신라 하대는 왕권이 약화되었고, 왕실에 대한 불만으로 지방 호족들이 발흥하는 시대였다. 견훤도 신라 왕실에 불만이 많았고 자신을 역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더욱 불만이었다. 927년 견훤은 마침내 힘없는 신라를 정벌하러 2만의 군사를 동원한다. 문경, 안동, 영천을 차례로 함락하고, 금성(경주)으로 진군하자 놀란 경애왕은 고려 왕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송악(개성)에서 출발한 왕건이 신라에 도착하기 전에 경주는 함락되었고, 견훤은 경애왕을 자결시키고 경순왕을 새 왕으로 추대한다. 이러한 소식에 분노한 왕건은 신라를 돕기 위해 서둘러 달려왔으나, 왕건의 움직임을 미리 간파한 견훤이 한 발 먼저 공산지역으로 이동하여 매복하게 된다. 먼 길에 지친 왕건군은 파군재 근처에서 매복공격을 받아 5,000명의 정예병 중에서 4,930명이 전사하는 대패를 한다. 동수전투(桐藪戰鬪)에서 왕건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으나 신숭겸 장군이 왕건의 붉은 투구를 쓰고 후백제군을 교란시켰고, 김락 장군이 대신 화살을 맞고 죽는 악전고투 끝에 왕건은 겨우 목숨을 구한다. 구사일생한 왕건은 도망쳐 전열을 정비하여 견훤과 대결하였지만 동수전투 이후에도 수차례 패배하였다.

하지만 930년 고창전투(안동 병산전투)에서 지방 호족이었던 삼태사(김선평, 권행, 장정필)의 도움을 받아 후백제군 8,000여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거둔다. 고창전투에서 후백제군을 대파한 왕건은 마침내 경상도, 강원도 지역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다. 신라 경순왕은 평소부터 신라에 호의적이던 왕건에게 항복하게 되고, 얼마 후 견훤의 아들 신검이 모반을 일으켜 아버지를 금산사에 유폐시키고, 곧 견훤은 도망쳐 왕건에게 투항하게 되고, 936년 신검도 마침내 왕건에게 항복하여 어수선한 후삼국이 고려로 통일된다.

평산 신씨 시조인 신숭겸 장군은 광해주(춘천) 사람이다(선대는 전남 곡성). 처음에는 궁예를 도와 송악(개성)에서 후고구려의 장수가 되었다. 그러나 송악 지역은 왕건 가문이 주도권을 가진 지역이었기에 궁예는 왕건의 영향을 피해 철원으로 천도하게 되고, 국호도 태봉으로 고친다. 918년 신숭겸은 몇몇 장군들과 왕건을 추대하여 고려를 건국하고, 927년 팔공산 동수전투에서 왕건을 대신해서 죽는다. 왕건은 고려 건국의 동업자인 신숭겸이 자신을 대신해서 죽은 대구시 동구 파군재에 지묘사(智妙寺), 표충사(表忠祠), 미리사(美理寺)를 세워 신숭겸, 김락 장군의 혼을 위로하고 명복을 빌었다. 왕건은 충절과 의기의 상징인 신숭겸 장군을 한국 최고의 명당이라는 강원도 춘천의 신장절공 묘역에 안장했다.

팔공산 왕건길은 고려 태조 왕건과 신숭겸 장군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1코스는 신숭겸장군 유적지에서 출발하고, 5코스에 있는 모영재(慕影齋)는 신숭겸의 영정을 모신 영각을 추모하는 재실이고, 평광동의 시랑리 혹은 시량리는 왕건의 흔적을 잃어버린 동네라는 실왕리(失王里)에서 비롯되었다. 대구 지역에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살아 숨 쉬는 왕건과 신숭겸을 만나러 <팔공산 왕건길> 걷기여행을 떠나자.

칼럼니스트 bluesunk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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