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나는 연기
아니 땐 굴뚝에 나는 연기
  • 승인 2018.01.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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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한 사내가 있다. 그는 귀농한 서울 사람이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광고업에 20년을 종사한 그는 욕심이 많다. 캄보디아처럼 열악한 곳으로 찾아가 봉사를 하는가 하면 학교를 설립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그곳의 아이들이 졸업을 하게 될 때 상급학교를 설립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사진을 찍기로 한다. 카피라이터로 근무한 경력을 살려 글과 사진의 조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작은 마을에 4천여 평의 땅을 보유한 그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농작물의 사방에 꽃을 심는 일이다. 항공사진으로 본다면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그와 며칠 전에 함께 자리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그가 거주하는 지역의 공무원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공무원 전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좋은 생각은 널리 알려져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이야기를 건넸는데 그는 ‘저는 기관과는 함께 일 안 해요. 공무원들은 고시원에서 공부해서 합격하는 순간부터 그냥 직장일 뿐이지요. 공부를 하려하지 않고 이해도 못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한 때 나랏돈으로 일을 해보니 증빙할 것도 많고 무엇보다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데 국가에 손 벌릴 필요가 없잖아요?’라고 했다. 요리에도 능한 그가 수제 도마를 제작해서 판매를 한 수익금으로 사람을 고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곳에 유용하게 나랏돈을 쓰라는 의미가 아니어서 씁쓸했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다. 공무원은 크게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나누어진다. 직(職)으로 분류하면 경력직과 특수경력직으로 구분되고 이를 더 나누게 되면 일반직, 특정직, 기능직 등이 있다. 정무직에서 계약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임하는 이들을 우리는 ‘공무원’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행정부는 물론이고 입법부, 사법부 등에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는 이들이 공부도 안하고 국민들의 생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준비생들을 ‘공시생’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지원하는 분야는 전공과는 거의 무관하다. 합격률이 높거나 소위 알아주는 곳에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공부에 있어서 질릴 만큼 질리지 않겠는가. 일반적으로 사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은 그렇지 않겠는가 말이다. 모두 마찬가지이긴 하나 그 중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우수사원’이 있게 마련이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공무원과 복지부동(伏地不動)은 한때 관용구처럼 인식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주민자치센터와 구청, 시청공무원들의 눈빛이 최근 들어서 많이 변화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정권의 영향 따위를 언급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선 통제하고 개입하던 과거의 관행에서 계도(啓導)하고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섬기는 것은 그들의 일이다. 이를 역행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으로 정해진 정권, 바꿔 말해서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므로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태도 변화는 어떻게 보면 그들의 뜻이 아니라 현 정권을 선택한 국민의 몫인 것이다. 물론 부정부패는 다른 이야기다. 정권이 바뀌건 말건 국민들이 부정부패 일꾼을 뽑을 리는 만무하니 그런 유혹에는 의연할 수 있는 것이 공무원의 소신이라 할 수 있겠다.

요즘 국민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 단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비영리 단체들은 대부분 국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나랏돈’이 예산 배정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이유로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별의 조건과 기준이 있어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좋은 뜻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 나랏돈을 지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랏돈을 써야 할 곳에는 반드시 써야 한다. 대한민국 공무원을 모두 싸잡아서 비난해서도 안 된다. 그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국민들을 위한 어떤 일을 도모하고자 할 때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설득력 있게 담당공무원들에게 피력해야만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수많은 이해와 오해가 얽히고설킨 하나의 유기체다. 이해가 되면 호수처럼 고요하지만, 누군가가 의혹의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순간부터 갈등과 긴장이 시작되고 마침내 ‘사건’이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다 그래’는 정말 무서운 말이다.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를 피워내는 세상이다. 물론 과거의 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믿고 기다려 줄 때 비로소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 필자가 만난 수많은 공무원들은 ‘다 그런’ 경우도 있었지만, ‘안 그런’ 경우가 더 많았음은 다행으로 여긴다. 칭찬과 격려가 한 걸음 걸을 때 불신과 시기는 두 걸음을 앞서감을 부디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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