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사이에서 방황하는 히포크라테스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사이에서 방황하는 히포크라테스
  • 승인 2018.01.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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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보험이사, 경대연합외과 원장)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의료법에 따른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하는 의무와 건강보험법에 따른 비용효과적인 진료를 해야 하는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는 얼핏 보면 “비용 효과적 최선의 진료를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최선의 진료와 과잉진료의 구분은 쉽지 않으며 비용 효과적 치료와 의료과실 및 사고의 상관관계 또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과잉진료와 의료사고에 대하여 의사들에게 내려지는 처벌은 참혹하다. 예를 들면 의원에서 만 원정도의 수입이 되는 진료 및 환자가 복용할 9만원 상당의 약 처방을 하였는데 이 의료행위가 심사평가원에서 과잉진료라는 판단이 되면 의원에서 10만원을 환수 한다. 또한 금액의 크기나 청구금액에 따른 비율로 행정처분이 떨어지고 여기에 따른 과징금은 최대 5배가 된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만원 벌려다가 60만원을 물어내야 하는 구조가 현재의 우리나라 의사들의 상황인 것이다.

도박사들이라면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게임의 리스크라고 보면 될 듯하다.

또한 비용 효과적 치료(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에 따른)를 하다가 문제가 발생하여 환자의 상태가 나빠져 의료사고로 민사소송이 걸리면 의사 스스로 의사의 무과실을 입증하여야 하며 이 마저도 너무나 힘든 과정인 것은 당해본 의사들은 다 알고 있다.

최선의 진료를 조금만 넘어서면 삭감과 환수 그리고 과징금

비용 효과적 진료를 조금만 잘못 하면 법원에 불려 다녀야 하는 현재의 우리나라 의사들의 슬픈 현실이다.

여기에 OECD 평균의 30-40% 정도의 저수가 까지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제까지 버텨 온 것일까?

어찌 보면 비급여의 존재가 그 숨통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소위 문재인 케어는 우리나라 의료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 놓는 한 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급여 라는 것은 결코 없어져야 될 악이 아니고 그 나라의 경제적 상황에 따른 국가 책임의료의 범위에 벗어난 의료이며 이는 그 나라의 경제력에 따라 탄력적이며 의학의 발달로 인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보험제도 안에서의 한 부분일 따름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산아제한 정책을 펼 당시 정관수술은 현재 제도 하에도 없는 무상의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무료 시술 및 예비군 훈련 면제) 또한 불임 시술은 당연히 비급여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뀐 현재는 불임 시술은 급여가 되고 정관수술은 당연히 비급여가 되었다.

이렇듯 비급여란 것은 국가가 나서서 없애야 하는 암 덩어리가 아니라 건강한 장내세균으로 장의 기능을 지키듯 우리나라 의료에서 필요한 일부분인 것이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국가책임의료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외상이나 분만 신생아 집중치료 등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하는 의료의 순위를 정하여 차례차례 보장성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며 현재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의사들에게 교과서적인 진료, 양심적인 진료를 하여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수가체계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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