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과 내일연구소 서울
국회미래연구원과 내일연구소 서울
  • 승인 2018.01.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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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훈
장지훈(대구경북디자인센터 진흥본부장)


작년 연말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언론의 보도와 이슈가 2가지 있었다. 첫 번째 기사는 국회가 50억 규모의 국회 출연연구기관인 ‘국회미래연구원’을 설립한다는 기사이다. 그리고 며칠 전 설립준비위원장에 인천대 조동성 총장이 내정되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핀란드 의회의 싱크탱크인 핀란드 혁신기금 ‘시트라(SITRA)’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1967년 설립된 ‘시트라’는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 펀드로 운영되며, 초당적이고·자율적인 미래 전략을 수립·연구하는 곳이다. 정권교체에 관계없이 장기적 국가전략 수립을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필자가 관심 있게 연구하고 있는 기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회미래연구원’과 시트라가 시작부터 많이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지는 않겠지만 국회미래연구원이 시트라를 벤치마킹한 것과 조동성 총장이 설립준비위원장으로 추천된 것은 한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디자인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시트라가 다른 나라의 씽크탱크와 다른 점 중 하나가 전략디자인부서(Strategic Design Unit)가 있다는 점이다. 시트라의 대표 프로젝트인 Low2NO, Design Exchange Programme, Helsinki Design Lag 등이 모두 전략디자인부서에서 추진한 사업들이다. 그리고 화룡정점은 조동성 총장이 설립준비위원장에 위촉됐다는 것이다. 조동성 총장은 비디자인계에서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가장 높은 인물이다. 그리고 헬싱키대학 명예박사를 받는 등 핀란드에 대한 이해도 높은 사람이다. 이번 정부의 창조적인 정책과 미래 융합적 접근방식이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정치적인 이슈로 순수하게 접근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부예산이 투여되고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직접적인 관리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시트라의 장점인 초당적이고 자율적인 연구가 가능할지 걱정이 앞선다.

두 번째 기사는 서울시의 ‘내일연구소 서울’ 관련 보도이다. 내일연구소는 서울시의 정책을 홍보하는 캠페인이면서 시민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시민소통 정책이다. ‘내일연구소 서울’의 ‘내일’이란, ‘나의 일’을 뜻하며, 서울시가 내일연구소이고 모든 공무원들과 서울시민들이 내일연구소의 연구원들이라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나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모두 소통(쇼통?)에는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청와대에 서울시 출신들이 많아서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내일연구소 서울’과 관련된 기사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서울시가 이야기하는 잘 생긴 정책과 ‘내일연구소 서울’에는 모두 디자인적 접근과 참여가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시 정책연구는 많은 부분 서울연구원과 서울디자인재단이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분야별 전문 정책연구는 서울연구원이, 시민이 쉽게 이해하고 적용가능한 연구는 서울디자인재단에서 하고 있다. 정부보다 서울시는 이미 도시의 미래연구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빨리 인식하고 잘 활용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정책브리핑은 항상 이해하기 편하고 보기편한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정책연구의 중복투자 문제나 초당적이지 못하게 운영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있고 ‘내일연구소 서울’은 정치적인 쇼(Show)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지역의 입장에서는 문제점이 아닌 미래에 대한 시사점과 시민과 도민들을 위한 정책을 위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두 가지 기사의 시사점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책연구도 책상에서 어려운 글이나 도식이 아닌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현장과 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분절되고 따로 따로 나오는 정책이 아니라 최종 수혜자인 시민들을 위한 융합적이고 실용적인 미래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들이 ‘디자인 컨설팅’ 회사들을 합병하거나 인수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가 다양한 분야에서 의사결정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미래연구도 이제는 디자인적 사고를 접목할 때라고 생각된다.

하루아침에 지방정부의 디자인사고 흡수 능력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서울시처럼 우리지역만의 미래연구가 창조적으로 시작되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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