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 찍히고 억압받아도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낙인 찍히고 억압받아도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 윤주민
  • 승인 2018.01.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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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 폭로 영화 ‘1급기밀’
1997년 ‘전투기 납품비리’ 등
실화 바탕 故 홍기선 감독 유작
정의 지키려 출세 포기한 군인
내부고발자 길 걷는 과정 그려
1급기밀4
영화 ‘1급기밀’ 스틸 컷.

야전의 한 부대. 대익(김상경)은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전출 명령을 받는다. 국방부 생활에 부푼 꿈을 꾼 대익의 군 생활은 이때부터 엉킨 실타래처럼 꼬이기 시작한다. 항공부품구매과 부장 천 장군(최무성)과 그의 비호세력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낙인찍히고 만 것.

첫 시작은 좋았다. ‘판공비’라는 명목으로 아내의 계좌에 지급되는 돈이며 전화 한 통으로 대령 진급 대상자에 포함되는 등 앞날이 보장받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익은 공군 대위 영우(정일우)에게 말로만 듣던 ‘방산비리’의혹을 전해 듣는다. 얼마 뒤 영우의 전투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동기이자 천 장군의 오른팔 선호(최귀화)의 주재로 뭔가 이상한 긴급 대책회의가 열린다. 납품 비리 의혹이 제기된 ‘에어스타’ 간부가 자리에 있고, 영우의 뒷조사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진다. 군인 정신이 투철한 대익으로선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던 상황.

그리고 얼마 뒤 전투기 결함이 아닌 영우의 과실로 판결된 방송이 나간다. 결국 대익은 이를 참지 못하고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출세 가도’를 포기, 가족들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대익은 방송국 기자 정숙(김옥빈)와 힘을 합쳐 정의를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이야기, ‘현재 진행 중인 대한민국 범죄 실화’. 국내 최초 ‘방산비리’를 다룬 故 홍기선 감독의 영화 ‘1급기밀’이다. 故 홍기선 감독의 유작으로, 8년 만에 세상의 빛을 봤다.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군무원의 전투기 납품비리 폭로와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F-X 사업의 외압설, 2009년 해군 납품 비리 제보 등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전하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상업성이 얕다 보니 영화적 재미가 다소 떨어진다는 게 아쉽다.

영화는 대익이 정숙을 만나 ‘1급기밀’을 제보,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야전에서 전출 명령을 받은 첫날부터 시작해 내부고발자가 되는 순간까지 외롭고 힘들었던 지난 날이다.

대익의 심경 변화는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창창한 미래를 보장 받은 군인, 대익은 이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매사에 열심이다. 야전의 떼를 벗지 못한, 딱딱하지만 순종적인 대익의 모습에 천 장군 역시 대익을 자신의 식구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 관계는 금세 틀어진다. 상명하복이 원칙인 군대 안에서 천 장군은 더럽더라도 ‘명령’을 따르는 군인 정신을 택했다. 이와 반면 대익은 명령에 불복종 하더라도 옳은 길을 택하는 ‘진짜 군인’이 되고자 했다. 늦었지만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말하려 한다.

스크린을 통해 비치는 대익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누군가 해야 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통쾌함은 배가 된다. 결말을 향해 달리는 느슨한 과정이 흠이라면 흠이겠다.

대익 역을 맡은 배우 김상경은 특정 정치색을 가진 배우로 거론되기 일쑤였다. ‘화려한 휴가’에 출연한 이후부터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까지 이름을 올리는 영광(?)도 얻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와 다른 별개의 문제다. ‘방산비리’를 주제로 다룬 작품에서 정치색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관피아’, ‘군피아’는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악 중에 악이다.

“적과 싸우다 죽고 싶다. 장비의 결함 때문에 죽고 싶지 않다”는 강영우(정일우) 대위의 대사가 뇌리를 스친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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