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나면 어쩌나” 다중시설 공포 확산
“불 나면 어쩌나” 다중시설 공포 확산
  • 정은빈
  • 승인 2018.01.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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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이어
밀양 병원서도 대형 참사
“목욕탕도 병원도 못 가겠다”
극장·백화점 이용도 꺼려
소방차 막는 불법주정차 등
화재 우려에 민원도 잇따라
밀양합동분향소조문
슬픔에 잠긴 밀양 28일 오후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시민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사우나와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대형 화재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다중이용시설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 사고가 난 데 이어 지난 26일 경남 밀양에서도 대형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한 달가량의 간격을 두고 일어 난 두 대형 화재 사고로 인해 각각 29명과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최근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한 화재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자 시민들은 사우나를 비롯해 극장, 백화점 등 다중시설 이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사우나와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Phobia)를 합친 ‘사우나 포비아’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모(여·58·대구 수성구 지산동)씨는 “지난해 말까지 매주 토요일 사우나를 찾았는데 제천 화재 이후 2주에 한 번 가는 식으로 횟수를 줄였다”며 “큰 불이 자꾸 나니까 사우나뿐만 아니라 다중이용시설에 장시간 동안 머무는 것이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서모(32·대구 달서구 송현동)씨는 “혼자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매달 2번 정도 꾸준히 극장을 찾았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며 “다른 화재 사고처럼 극장에서도 혹시 사고가 나면 대피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와 주택가, 시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화재 사고에 대비해 환경을 정비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도 잇따랐다.

제천 참사 발생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2일 온라인 민원창구에는 “제천화재 시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화재진압이 늦어졌다. 이 사고를 교훈으로 삼아 평소 불법 주·정차 문제가 극심한 지산동 목련시장 일대 등을 단속해야 한다”며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 강화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다.

또 지난해 12월 28일에는 “제천 화재에서 겪은 것처럼 화재사고 시 불법 주차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 만약 주거밀집지역에서 화재가 발생, 불법 주차된 차량이 소방차 진입을 막는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월배역 인근 주거밀집지역 일대의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이 지역 내 의료기관 등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소방안전점검을 시행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모(여·28·대구 북구 산격동)씨는 “이런 점검들이 형식적인 건 아닐까 하는 불신도 든다”며 “여태 일어난 사고를 보면 내 몸은 내가 지키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근에는 어딜 가든 계단과 비상구 등의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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