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카’와 ‘마아트’
‘아이에카’와 ‘마아트’
  • 승인 2018.01.2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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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아이에카’. 성경에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하신 첫 질문인 이 말은 ‘네가 어디 있느냐?’는 뜻이다. 히브리어로 단 한 단어로 된 하나님의 이 질문은 매우 간결하다. 하나님의 이 질문은 인간에게는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이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인간이 있어야 할 곳, 그 곳은 과연 어디인가?

고대 이집트인들은 우주와 자연의 원칙을 깨닫고 그것과 자신의 사명을 일치시키는 것을 최선의 삶으로 알았다. 그것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 피라미드이다. 피라미드는 2톤이 넘는 정사각형의 돌을 200만 개 이상 쌓아 올려 만든 이집트 건축물이다. 전문가들은 이 건축물이 5천여 년 동안 여전히 건재하는 것은 피라미드가 전체 구조의 중심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피라미드가 지면과 지상의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그것의 가시적인 중심이 아니라 실질적인 중심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집트인들은 이 중심점을 ‘마아트’라고 부른다.

이 ‘마아트’는 우주의 균형이자 원칙이며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조화이다. 또 그것은 개인의 일생에 있어서 반드시 추구해야 할 최선의 삶이기도 했다. 이 ‘마아트’는 ‘아이에카’, 즉 하나님이 인간에게 물으신 첫 질문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 된다. 왜냐하면 인간이 처해진 삶의 상황에 지혜롭게 대응하여 삶의 중심을 찾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의 질문에 답하는 인간의 숭고한 반응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에카’에 대한 나의 ‘마아트’를 구약성경에서 발견한다. ‘우리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들자’라는 창세기 1장 26절의 말씀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과 똑같이 만들어진 존재임을 증거한다. 하나님의 본질과 똑같게 창조된 사람은 그 존재의 근원인 하나님을 사랑하며 동등한 존재로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하나님을 있는 힘을 다해 사랑하며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그 곳이 내가 있어야 할 ‘마아트’이다. 그것이 실질적인 내 삶의 중심점인 것이다.

언제가 ‘네가 어디 있느냐’는 이 질문은 우리에게 ‘네가 어디 있었느냐?’는 질문으로 다가 올 것이다. 왜냐하면 ‘네가 어디 있느냐’, ‘아이에카’는 시제가 없기 때문이다. 한 단어로 되어 있기에 그것은 과거 혹은 현재 그리고 미래일 수 있다. 언젠가 다가 올 우리의 마지막 날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라는 하나님의 질문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목회자는 종교란 무엇이며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평생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우리에게도 신앙은 쉽지 않다. 하나님의 질문, ‘아이에카’에 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하나님 사랑하기와 이웃 사랑하기는 정말 쉽지 않은 과제이다.

지난 주 어느 날, 10여 년 전에 알던 분이 갑자기 전화가 와서 만나자고 한다. 중요한 일이 있다기에 집으로 오시라 했다. 10여 년 넘게 만나지 못하여 반가운 마음으로 지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그가 슬그머니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내게 내민다.

뭔가 열어 보았더니 50만원이 들어 있었다. 무슨 돈인가 물었더니 옛날에 도움 받은 것이 기억나서 그 빚을 갚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괜찮다 해도 자기가 괜찮지 않다 하며 봉투를 맡긴다. 그동안의 사정을 들어서 알게 된 그의 형편으로 50만원은 매우 큰 돈이었다. 그것이 내게 대한 감사보다는 교회에 대한 감사함으로 느껴져 받아서 교회에 전달했다.

‘아이에카’, ‘네가 어디에 있는가?’ 하나님의 질문이 다시 생각났다. 그는 그의 ‘마아트’에 있었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도 나의 ‘마아트’를 찾아야 한다. 내가 진 사랑의 빚을 나도 갚아야 한다.

‘아이에카’에 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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