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보수의 위기, 그 끝은 어디인가?
[윤덕우 칼럼] 보수의 위기, 그 끝은 어디인가?
  • 승인 2018.01.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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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주필)

보수의 위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반응이 신통찮다. 심지어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에서 조차 냉담하다. 일부에서는 ‘보수의 위기가 아니라 완전 망한거다’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최근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국민대 김병준 교수도 그렇게 얘기했다.

심각한 만큼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은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보국에서는 날마다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기 바쁘다. 정태옥 대변인에서 홍준표 대표까지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을 ‘나쁜개헌’으로 몰아붙이고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재검토 등 수많은 실정(失政)을 ‘오락가락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홍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 하의 대한민국을 ‘좌파 국가주의 체제’로 규정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은 왜 저러지하며 멀뚱한 반응이다. 자업자득이라는 시각도 있다. 홍준표 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마자 가차 없이 그를 출당했다. 박근혜는 ‘보수의 아이콘’ 이자 ‘1호 당원’이었다. 홍대표는 당과 나라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출당이유를 밝혔다.

홍대표 생각처럼 민심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집권2년차 문재인 정권의 수많은 정책 헛발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여전히 크게 뒤지고 있다. 텃밭에서도 여론조사 1·2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다. 홍대표는 여론조사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실제로도 민심이 예전같지 않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보수의 텃밭인 대구시장 사수도 장담할 수가 없다. 홍대표 자신도 “대구시장을 내주면 자유한국당은 문닫아야한다”고 긴장할 정도다. 여권에서는 홍대표 말대로 대구시장 후보를 잘 내서 한국당을 문 닫게 해야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며 헌법 제1조1항을 국민들에게 강하게 각인시켰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사퇴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얼마 후 그는 김무성·김성태·장제원·권성동·주호영 의원 등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도 앞장섰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그들과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크게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으면 지역구에서도 인기가 좋을 것이다. 그런데도 유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지역에서조차 한겨울 찬바람처럼 민심이 냉냉하다. 잘한 일이면 바른정당이 전국적인 세몰이를 하며 정국을 주도하고 있을 것이다. 김무성·김성태·장제원·권성동·주호영 의원 등은 불과 몇 달 만에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의원 9석의 ‘미니 정당’으로 전락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이제 국민의당과 통합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호남지역 민심 잡기에도 나섰다. 유대표는 얼마 전 ‘밖에선 대쪽, 집에선 친구같았던 아버지’제하의 자기 이야기를 언론에 기고했다. 유대표는 이 기고에서 “아버지는 박정희 정권의 미움을 사는 판결을 내리는 대쪽같은 판사였다”고 썼다. 이 기사에는 32개의 댓글이 붙었다. 댓글을 읽어보면 민심을 알 수 있다. 읽기에 민망한 댓글이 많다.

큰소리치며 나갔다가 바른정당에서 되돌아온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에서 주요당직을 맡았다. 최순실 국정특위조사위원장을 맡았던 김성태 의원은 원내대표를 하고 있고, 장제원 의원은 수석대변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서로에게 자주 삿대질을 하고 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을 1등 공신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민심은 천심이다. 국민들은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군자는 사람과 교제를 끊어도 그 사람의 나쁜 점을 말하지 않으며, 충신은 나라를 떠난 뒤에도 허물을 임금에 돌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는다.’, ‘군왕을 섬기는 자는 자신이 위태롭다 하여도 왕을 원수로 삼고 원망해서는 안된다.’ 동양 역사서의 근간이자 영원한 고전으로 평가되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義)다. 노무현 대통령 사후 폐족들이 면피를 위해 그를 손가락질하고 고자질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고인에 대한 의를 지키지 않았다면 오늘의 문재인 대통령도 없다. 국민들은 면피에 능한 정치인보다는 의를 지키는 정치인을 원한다. 정치를 하다 보면 누구든 잘잘못이 있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그랬다. 의를 지키지 못하는 정치인이 무슨 국민을 생각하겠는가. 말끝마다 국민을 팔지만 오로지 정치적인 영달만 노릴 뿐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이 정치의 요체다. 무너지는 보수를 보면서 느끼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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