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認定)하면 삶이 편하다
인정(認定)하면 삶이 편하다
  • 승인 2018.01.3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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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이해(理解)하려고 하기보다는 인정(認定)하려고 해보자. 이해는 어렵지만 인정은 이해보다는 훨씬 쉽기 때문이다. 원래 쉬운 것부터 하는 것이 편하다.

예전에는 타인들의 행동과 태도가 내 기준에 맞지 않을 때, 그들을 평가하기 바빴다. 도무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도대체 왜 저럴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봤다. ‘그건 틀렸어. 내가 맞고 당신이 틀렸어’라는 생각이 나의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래서 나와 생각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들은 멀리하고 나와 생각이 맞는 사람만 가까이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사람들이 동일한 상황에서도 모두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 ‘MBTI 성격유형검사’를 알게 되고 자격과정을 공부하게 되면서 더 상세히 ‘다름’에 대해 알게 되었다. ‘MBTI 성격유형 검사’는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성격유형 검사다.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은 인간의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을 바탕으로 사람마다 선호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본 심리 이론이다.

인식 기능은 개인이 외부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이고, 판단 기능은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행동 결정을 내리는 기능이다. 나아가 인식을 직관과 감각으로 나누고 판단을 사고와 감정으로 분류했다.

또 이러한 인식, 판단 기능을 이용할 때 각 개인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외향과 내향, 판단과 인식으로 나누었다. 그래서 총 4가지 선호 경향으로 구분했다.

첫 번째, 에너지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외향(E)과 내향(I)으로 나뉜다.

두 번째, 정보를 수집하는 인식 기능이 오감에 의존하여 정보를 모으는 감각형(S)과 오감보다는 육감, 직관을 통해서 정보를 모으고 인식하는 직관형(N)으로 나뉜다.

세 번째, 모은 정보를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데 ‘맞다 틀리다’와 같은 정확한 잣대를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 사고형(T)과 ‘좋다 나쁘다’와 같은 사람들과의 관계적 판단을 내리는 감정형(F)으로 나뉜다.

마지막으로 생활양식인데 빠른 결정을 내리고 계획하고 완수하는 것을 좋아하는 판단형(J)과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을 최대한 마지막까지 유보하는 인식형(P)으로 나뉜다.

현재 필자는 병무청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을 대상으로 ‘MBTI 검사를 통한 자기이해’라는 강의를 몇 년째 하고 있다. 부부 상담현장에서도 서로의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같은 상황을 보고도 사람은 모두 다르게 인식하고 판단을 내리는 방식 또한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교육을 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정도 이런 유형이겠구나 대충 짐작하는 정도는 되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세상을 인식하고 대처해 나가는 사람들을 인정하게 되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마찰은 예전보다는 훨씬 줄어들었다.

한 예로 필자의 아내는 에너지의 방향을 안으로 향하는 내향형(I)이고, 나는 바깥으로 향하는 외향형(E)이다. 아내는 정보를 모으고 인식할 때 자신의 경험에 의존하는 감각형(S)이고 본인은 그 반대인 직관형(N)이다. 판단 기능은 둘 다 관계중심적 결정을 내리는 감정형(F)이다. 마지막, 아내는 계획을 세우고 완수하는 것을 좋아하는 판단형(J)이고 본인은 계획은 또 다른 구속이라 생각하는 상황을 개방해 두는 인식형(P)이다. 그래서 이 네 가지를 조합해보면 아내는 ISFJ유형이고 ENFP유형이다. 아내와 나는 너무 많은 점이 달랐다. 그러다 보니 살면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아내는 아내대로 힘들었고 나는 또 나대로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20년을 함께 살다 보니 이제는 서로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해한다고 하기보다는 인정을 하고 있다고 봐야 더 정확한 표현이다.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어도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그나마 쉬운 편이라 인정을 하고 나니 삶이 참 편해졌다.

남자가 여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인정은 할 수 있다. 남자는 여자가 아니기에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할 수 있다. ‘저 사람은 나와 다르구나.’ 이 것 하나만 인정해도 삶이 편해진다.

부부상담을 할 때 본인이 많이 강조하는 것이 다름에 대한 인정이다. 그것도 사실 쉬운 것은 아니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삶이 훨씬 편해진다. 인정을 하고 나서 사이가 좋아졌다는 부부를 상담하면서 많이 봤다. 이해(理解)는 어렵지만 인정(認定)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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