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은 지금 어디에 - 따스한 기운을 기다린다
봉황은 지금 어디에 - 따스한 기운을 기다린다
  • 승인 2018.02.01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많은 나라들이 그 나라를 상징하는 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대개 독수리를 상징조(象徵鳥)로 삼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옛 로마가 독수리를 상징조로 삼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도 옛 로마의 건축물에는 물론 옛 로마의 땅에 세워진 많은 나라의 관공서 지붕에 거대한 독수리상(像)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옛 로마의 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가 문장(紋章)에 독수리를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대통령 연설대, 대통령 전용기 등 대통령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독수리 문양이 따라 갑니다. 아마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에 유럽의 독수리 숭배 사상이 따라 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집단무의식으로까지 자리 잡은 독수리 숭배 사상은 독수리가 주는 강력한 이미지 때문으로 보입니다. 독수리는 새들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패배를 모르는 새입니다. 매서운 부리와 억센 발톱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눈매로 상대방을 제압합니다. 그리하여 힘의 상징으로 이 독수리의 이미지를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경찰 문장에 독수리가 들어있습니다. 역시 독수리처럼 강력한 힘으로 사회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가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정치나 행정에도 그 지향하는 바 이미지를 주는 상징물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상징하는 새는 봉황(鳳凰)입니다. 지난 번 헌법재판소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가 내려졌을 때에는 청와대 본관 앞의 깃대에서 봉황기가 내려졌습니다. 대통령이 궐위되었으므로 더 이상 나부껴야 할 명분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 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 이 봉황기는 다시 나부끼기 시작하였습니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뒷벽에는 수컷 봉(鳳)과 암컷 황(凰)이 마주보고 있는 금빛 문양이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무궁화 한 송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궁화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를 상징합니다. 그렇다면 이 문양이 주는 의미는 나라를 위해 봉황의 이미지로 일하겠다는 다짐으로 보입니다.

또한 청와대 안 분수정원에는 하늘로 솟구치려는 모습의 금빛 봉황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에서 풍기는 느낌이 마치 날개도 펴지 않은 채 춤을 추려고 허리를 쭉 빼어 올리는 여인의 모습이다, 동적(動的) 이미지가 좀더 아쉽다 등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 만큼 이 겨울에도 차가운 분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는 이 조형물은 앞으로도 계속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 같습니다.

봉황은 영험스러운 네 동물 즉 사령(四靈) 중의 하나입니다. “봉황은 동방 군자의 나라에 출현한다.” 또는 “나라에 훌륭한 지도자가 나오면 출현한다.”는 기록과 같이 봉황은 우리 옛사람들로부터 하늘의 뜻을 전달하는 신조(神鳥) 혹은 천조(天鳥)로 받들려져 왔습니다.

중국이 황제의 상징으로 용(龍)을 내세우고 있으니 우리는 이를 피해 황후를 상징하는 봉황을 채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오해라고 합니다.

오히려 용은 물과 관계 깊으므로 음(陰)을 나타내는데 비해, 봉황은 밝은 태양을 향해 비상하므로 양(陽)을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용은 수많은 싸움 끝에 피를 튀기며 하늘에 오르지만 봉황은 모든 것을 감싸 안은 채 향기를 뿌리며 하늘로 오른다고도 합니다.

우리의 옛 궁궐에서 봉황 문양이 많이 발견되고 있고, 임금의 덕치(德治)를 기원하는 의식으로 ‘봉래의(鳳來儀)’를 치렀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으로 보아 우리 선조들은 따스한 기운으로 백성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러한 신조(神鳥)사상에 근거하여 봉황은 대한민국정부 수립과 더불어 대통령의 상징물로 채택되었습니다. 이 봉황의 기운으로 우리나라가 더욱 따스해지고 또한 밝아지기를 기대합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