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법은 무시되는 세상 : 비밀침해죄
작은 법은 무시되는 세상 : 비밀침해죄
  • 승인 2018.01.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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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 변호사)

법과대학의 연로한 헌법 교수님이 육교를 걸어 올라가기 힘들어 육교 밑을 무단횡단 하다가 경찰관에게 단속되었고, 경찰관이 ‘왜, 육교를 두고 무단횡단 하느냐’라고 하니 교수님 말씀이 ‘난 00대학 법과대학 교수다. 큰 법을 가르치기 때문에 작은 법은 안 지킬 수도 있다’라는 어이없는 말씀을 하시고는 민망하신지 본인도 웃고, 경찰관도 웃었다. 과거 국가 재건이 우선되는 시절에는 큰일, 공익을 위하여 개인의 작은 권리가 무시되고, 소소한 법들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많았고, 진보주의자들 및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은 이러한 전체주의적 사고에 대하여 많이 비난하였다.

2018. 정권이 교체되면서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아 이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였는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문화체육계의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그 책임자들에게 줄줄이 실형이 선고되었고, 대법원의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하여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관여한 일부 판사들의 명시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판사들이 사용한 컴퓨터 내용을 강제로 확인한 행위에 대하여 이러한 절차의 필요성을 두고 법원 판사들의 입장이 2패로 갈라지게 되었다.

형법 제316조 비밀침해죄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도화를 개봉한 자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다고 되어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컴퓨터를 사용한 해당 판사가 컴퓨터 파일 확인을 명백히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그 컴퓨터를 강제로 수거하여 기술적인 방법으로 그 내용을 탐지한 것은 명백히 비밀침해죄에 해당한다. 대법원 입장에서는 해당 판사의 행위가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으나 ‘법원 내 블랙리스트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부득이 그 컴퓨터의 기재내용을 볼 필요성이 있다는 측면을 100% 이해할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더 법을 지켜야 할 법원이 ‘비밀침해죄’에 해당함을 명백히 인식하면서도 강제로 사실상 컴퓨터 내용을 해킹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면 이는 명백한 법원에 의한 범죄행위이다.

대법원이 블랙리스트 의혹을 해소할 필요성은 있어도 그 방법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 형법이 정한 명백한 범죄행위의 방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해당 컴퓨터 내용을 개봉하려면 당연히 수가기관이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하여는 검찰이 ‘법원 블랙리스트 작성건’에 대하여 인지하여 수사를 진행하여야 가능하다.

법원이 ‘대법원이 관련되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범죄혐의가 있으니 그 수사를 게시하여 달라’고 검찰에 고소, 고발, 진정을 하기 매우 어려운 입장이고, 검찰은 ‘대법원 수사’라는 건국 이래 처음 있을 법한 수사를 하는 것은 너무나 엄청난 일이므로 이를 피하기 위한 부득이한 방법임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스스로 나서서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으로 보인다.

이러한 위법행위가 사실상 대법원장의 묵인 내지 지시 하에 판사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은 결국 법원조차도 ‘민주화 및 법원 척폐 척결을 위하여 작은 법은 무시하여도 된다’는 大를 위하여 小는 부득이하게 희생 될 수 있다는 전체주의 사고에 빠진 것으로 볼 수 밖에 없고 많은 사람들은 전두환시대나 박근혜시대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고 여길 수 밖에 없다. 남북한 화해무드 조성을 위하여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의 필요성 및 실행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해당 선수 등에 대한 진심어린 양해를 구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무조건 단일팀 구성을 밀어붙이는 과정도 역시 선공후사라는 전체주의적 사고의 발로로 볼 수 밖에 없어 씁쓸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법원도 검찰도 큰 법, 작은 법 구별하지 않고 항상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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