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힘을 모아야 할 때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할 때
  • 승인 2018.02.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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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창(대구시 경제부시장)


필자는 YS, DJ, 노무현 정권 때 서울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대구에서 살던 공무원이나 시민들은 그 당시 중앙부처에 근무한 TK 출신 공무원들이 얼마나 고초를 겪었는지 잘 모른다. 장·차관은 물론이고 군 장성이나 검·경의 고위직 진출은 꿈도 꿀 수 없는, 인사 때마다 좌절과 절망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런 사정이다 보니 당시 대구 공무원들은 비빌 언덕조차 찾기 어려웠고 지역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나 예산확보 또한 얼마나 힘들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지금 우리 대구·경북(TK)이 처한 상황은 당시보다도 더 혹독하다. 그때는 정권만 교체되었지 지금처럼 TK가 온통 적폐세력으로 치부되지는 않았다. 솔직히 최근 중앙정부 어느 부처를 가나 한파를 넘어, 거대한 철벽이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옛날과 다른 게 딱 하나 있다. 이러한 험난한 상황을 미리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민선6기 이후 대구경제의 탈꼴찌를 위해 전력을 다해왔고, 이미 미래먹거리를 착실히 다져 놓은 것이다. 다른 지역은 이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지만,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비축은 물론 물, 의료, 미래자동차, 에너지, 로봇과 함께 Iot, 드론, AI 등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고, 씨를 뿌리고, 이제 그 싹이 트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렇게 준비하지 않고 다른 도시처럼 지금에야 새롭게 어떤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할 뿐이다.

최근 우리 언론에서 마치 대구가 “되는 게 없는 참담한 도시”가 되지 않겠냐는 걱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많이 걱정도 되고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되돌아보자. 우리가 만들어 지금 싹을 틔우고 있는 미래산업들 중 어느 하나 쉽게 된 것이 없다.

물산업은 우리 스스로 워킹그룹을 만들어 기획하고, 엄청난 노력을 통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사업도 지난 정부에서 말도 못 꺼내게 반대하는 것을, 많은 전문가 그룹을 모아 검증하고 또 검증하면서 끝까지 예산당국을 설득하여 따온 것이다. 전기화물자동차 생산사업 또한 쿠팡의 전기차 수요를 먼저 확보하고, 필요성을 산업부에 주지시켜 우리가 만들어 낸 사업이지, 정부에서 기획한 사업이 아니다.

국가산단 연결 철도건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몇 번이나 강하게 지시하였음에도 성사되지 못한 매우 어려운 여건의 사업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굽히지 않고 관철시켜 보겠다는 사업이지, 대구시 공무원의 능력이 부족하여 이루지 못한 사업이 아니다.

스마트시티 또한 우리는 4년 전부터 국가산단에는 에너지와 물산업 융합의, 테크노폴리스는 에너지 기반, 그리고 수성알파시티에는 물, 에너지, 의료, 자율자동차 등 대구 미래산업이 전부 융합된 세계 최초의 산업기반 스마트시티 조성을 추진하면서 국토연구원과도 깊게 협의해 나가고 있는 프로젝트다.

지금까지도 자력으로, 중앙정부가 생각하고 있지 않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온 만큼, 앞으로 아무리 여건이 어려워도 이들 미래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여 대구를 지구촌의 첨단산업 선도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최대한 중앙정부의 예산을 따와야 하지만, 안 도와주면 민간자본을 유치해서라도 충분히 갈 수가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싸워야 할 길은 너무나 험난하고 힘들 뿐 아니라, 가다가 쉴 수 있는 오아시스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싸움에서 정치권이 전투기와 전차라면 공무원은 소총수다. 지금 우리는 신형전차나 전투기 지원 없이 오로지 소총 한 자루만 들고 승리의 고지를 점령해야만 한다.

지역 정치권의 무능으로 지극히 어렵게 된 싸움터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소총수의 힘을 빼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위다. 우리 대구는 현대사의 기적을 만들어 냈듯이 지금도 또 다른 기적을 만들 수가 있다. 그래서 지금은 힘을 모을 때이지 서로 비난할 때가 아니다. 대구의 미래를 위해 다 같이 힘을 모아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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