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는 게 편
가재는 게 편
  • 승인 2018.02.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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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민물 갑각류고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며 깨끗한 계곡의 물이나 냇물에 사는 가재는 가재 과에 속하는 생물이다. 이에 비해 게는 다리가 열 개인 절지동물이다. 절지동물 십각목(十脚目) 파행아목에 속하는 갑각류의 총칭을 게라고 한다. 열 개의 다리는 기능적으로 한 쌍의 집게발과 네 쌍의 걷는 다리로 나뉜다. ‘가재는 게 편이다’라는 말이 있다. 과연 그럴까? 가재는 가재편이고 게는 게 편인 것이 일반적이다. 갑각류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곤 생김새 면에서 보더라도 가재는 새우에 더 가까운데, 왜 게 편이라고 했을까.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이란 말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시각적인 면에서 분류되는 것이리라.

올해 2월 1일 남북 스키 선수들이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함께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기쁜 소식이다. 남북이 함께 무엇인가를 도모한다는 자체가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운하지가 않다. 미국의 태도가 그 이유다. 북한에 들른 모든 비행기를 6개월간 자국 영토에 못 들어오게 하는 대북제재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은 이륙 예정시간 두 시간을 앞두고 선심 쓰듯 이번 비행은 예외로 ‘해 주겠다’고 했다. 이 조항으로 인해 여차하면 다른 이동수단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대북 감정에 우호적인 인사들조차 북한의 잦은 변심과 파투(破鬪)를 놓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대응과 처신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북한도 국가 간의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쉬 여겨선 안 된다. 남한의 언론이 북한의 언론처럼 획일화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이를 빙자해서 각종 일정들을 취소했다가 번복하는 처사는 북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약 반공 반북 인사들이 격앙된 성명이라도 발표하면 선전포고라도 할 참인가. 남과 북은 한민족이어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친형제도 서로 다른데, 이 무슨 민망한 경우인가 말이다. 게다가 생색을 내자는 것은 아니지만, 남한의 자유로운 언론의 역할도 단일팀 구성에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역사상 한 달도 남지 않은 국제대회를 앞두고 이를 허용한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 올림픽 기간 중 북한은 미국의 도발을 막아달라고 UN에 뜻을 전했다. 베트남전의 배경이 된 통킹만 사건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역사는 진실을 기억하게 마련이다. 오히려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 중에서 도발이 아닌 시험에 불과한 사례도 잦았음을 부인하면 안 된다. 미사일이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면 이를 도발이라고 명명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안보의식을 안일하게 갖자는 의미가 아니다. 당연히 국방에 만전을 기울여야 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준비를 하는 데에는 이설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과다한 위기의식은 국민들로 하여금 혼란과 불안감을 가중할 수 있고, 이런 의식이 국가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도 사드(THAAD)의 배치는 이를 둘러싼 명분과 이해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산뜻하지가 않다. 국민의 지지도가 역대 최고급인 현 정부조차 사드 설치 예정지인 성주에 무기 운반에 크고 작은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걸프전 당시 후세인의 탄도 미사일과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을 요격한 패트리어트의 단점을 보완해서 개발된 사드에 대한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기대만큼 가격도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지만, 주한미군 사령관의 판단에 따라 설치하기로 협의가 되었다.

하지만 사드가 중국의 일부 지역까지 감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남한의 대중무역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손실은 이루 말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절실했고, 이는 문화산업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공연과 행사가 속속 취소가 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처에 나섰지만, 아직 명료한 결론이 나지 못한 사안으로 남아 있다. 한 때 사드를 우산에 비유하여 완전하게 방어가 될 것처럼 묘사한 언론도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의 위기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한 사례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국민의식이 높아지고 세계관이 광범위해지면서 예전처럼 ‘생필품 사재기’풍토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남과 북은 핏줄과 핏줄이 얽힌 한민족이다. 주적이어서는 안 된다. 남한이 가재면 북한도 가재고, 남한이 게면 북한도 게다. 잘못한 게 있으면 서로가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지. 트집 잡는 것에 주력하고 이를 빌미로 악담을 일삼는 무리들을 이해할 수 없다. 가재들의 문제는 가재들이 해결해야 한다. 게는 이를 도울 수 없다.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황새와 민물조개가 되면 주변국들은 어부들이 되어 남과 북을 망태에 집어넣고 유유히 사라질 수도 있다. 게의 무리들이 세계의 평화를 바라는 건 사실일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하나 됨을 기도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호전(好戰)의 게들이 가재들의 터에서 주인행세를 할 수 없도록 정신무장을 해야 할 때다. 혼란한 틈을 타서 제 나라 잇속을 차리려는 얄팍한 수를 더 이상 관망할 수는 없다. 우리는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해서 옳고 그름을 명료하게 판단하고 옳은 것을 지켜 내기만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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