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여파 어디까지
최저임금 인상 여파 어디까지
  • 승인 2018.02.06 21: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봉조 수필가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손이 닿는 우유 보관함에 우유와 함께 들어온 반갑지 않은 유인물이 있었다. 우유 값 인상 안내문이었다. 그래, 인상 사유가 발생했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러나 무심히 들여다본 우유 가격 인상 사유에 이맛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최저인건비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으로 부득이하게 인상하게 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굵고 진한 글씨체로 인쇄가 된 것이다. 최저인건비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이라니. 그렇다면, 최저인건비 인상 부분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말이 아닌가.

일전에 콜라, 토스트, 주먹밥, 샌드위치 등 기초 생활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까지도, 그저 인상할 때가 된 모양이라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나에게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연금 소득이 대부분인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란 무엇인가? 국가가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적용대상은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다. 이를 위반할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고, 병과도 가능하다.

2018년 최저임금은 시간 당 7천520원으로 2017년도에 비해 16.4% 인상된 금액이다. 얼핏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됨으로써 정말 저임금이 해소되어 임금 격차가 완화되고, 소득분배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과 노동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까?

실제로 일선에서 활동하는 사업자나 근로자는 모두 울상이다. 사업자는 어떻게든 인건비를 줄여야하고,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게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일을 하는 친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들게 되었다며,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신세가 되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했다. 동네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지인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별도의 소득 없이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은 소비를 줄이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다. 결국 매일 받는 우유를 줄이는 것 외에 도리가 없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도 가정에서 우유를 먹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자신이 먹는 우유 값을 올려줘야 되는 이상한 공식이 성립된다.

어떤 택시회사에서는 최저임금을 보장해주는 대신 운전기사들의 사납금을 크게 올렸다고 한다. 겉으로는 최저임금이 인상되었으니, 근로자들의 주머니가 따뜻해졌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돌고 돌아 자신의 수입을 위해 자신이 희생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코미디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연일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란다며, 새로운 정책을 펼치겠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선심성 행정이 무고한 많은 국민들에게 미치는 여파가 어디까지인지도 살펴야할 것이다. 또한 진정으로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일선에 있는 서민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기를 희망한다.

새로운 정책이 결정될 때마다 서민들의 희생이 따른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일이다. 몇 푼 되지 않는 우유 값이나 김밥, 토스트, 샌드위치가 서민의 삶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러한 현실이 정책 결정과정에 충분히 반영될 때 모든 국민의 삶이 고루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요건이 맞지 않아 신청하지 못하는 사업자가 많다니 그것도 문제다. 인체의 말초신경 부위에 해당하는 서민들의 아픔이 깊어지면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어느 한 곳이 막히거나 터지게 되어, 또 다른 응급처방이 따라야한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해야할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