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동력’ 1960~80년대 아방가르드 정신 재조명
‘현대미술 동력’ 1960~80년대 아방가르드 정신 재조명
  • 대구신문
  • 승인 2018.02.0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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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5월 13일까지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展

당시 전통 형식을 거부한 22인

행위예술·영상 등 62점 선봬

“서구의 전위 예술경향과 달라

한국 정서·역사 기반 인상적”
김영진
김영진, 1974-1, 1974(재연 2018), 모래, 피, 조개무지, 링거, 가변크기 (1).


겨울 하천 둑에 지그재그로 선을 긋고 불을 질렀다. 김구림의 70년 작품을 사진으로 찍은 ‘현상에서 흔적으로’다. 대지를 통한 시간성을 표현했다. 불에 탄 흔적이 시간이 흘러 풀이나서 원래 상태로 복원되는 것까지가 작품의 완성이다. 김구림의 대표적인 대지미술이다.

전시장 바닥에는 모래로 사람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동물의 피를 뿌린 작품도 있다. 팔 부분의 선을 따라 가면 링거도 있다. 아방가르드 정신이 돋보이는 대구 작가 김영진의 설치 ‘모래, 피, 조개무지, 링거(74년)’다.

트럭 위에 거울을 설치하고 도로를 달리는 박현기 작 ‘도심지를 지나며(81년)’라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대구미술관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전에 소개되고 있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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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동 협력 큐레이터
60년대 말부터 80년대말까지 20년 동안의 전위적 활동을 조명하는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전의 협력큐레이터를 맡은 김찬동(전 아프코미술관장)은 “이 시기가 퍼포먼스, 입체, 행위예술, 비디오, 개념미술 등 융·복합적인 성격의 작업들을 포괄하며 한국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시대적 흐름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당시의 핵심 가치였던 ‘아방가르드’는 여전히 현대미술의 핵심이 되고 있다. 재조명할 필요는 충분하다”고 했다.

‘아방가르드’는 20세기 초 유럽에서 일어난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 등 기성예술의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한 혁신적인 예술운동을 통틀어 이른다. 이번 전시에는 일반명사로서의 전위적 활동을 지칭하며, 심미적 차원과 정치적 차원의 경계지점에서 벌어진 기존의 제도적 미술에 대한 지속적인 저항과 탈주의 태도를 의미한다.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 3섹션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 3섹션.


참여 작가는 강국진, 김구림, 김성배, 김영진, 김장섭, 박석원, 박현기, 성능경, 신영성, 육근병, 이강소, 이건용, 이명미, 이승택, 이향미, 정강자, 정복수, 최병소, 하용석, 하종현, 홍명섭, 제4집단 등 단색화와 민중미술이라는 거대담론 사이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추구해온 총22명이며, 이들의 작품 62점을 소개하고 있다.

60년대 말부터 80년대 말까지로 시대를 한정했다. 한국현대미술의 저항과 도전의 역사는 그 20년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시기에 촛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설명이 필요했다. “90년대에는 포스트모던이 밀려왔다. 그 시대를 아방가르드라 하기에 연구가 더 필요해 이 시기를 잘랐다.”

한참이나 과거지만 2018년 현재 작품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저항성이 살아 꿈틀댄다. 실험성에 있어 현재 작가들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지금 자본주의는 흐름이 너무 빨라서 미술관 작가로 상품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하지만 여전히 미술관으로 가지 않은 날 것이 필요하다.”

박현기-도심지를지나며
박현기, 도심지를 지나며, 1981, 영상 캡쳐.


말인즉슨 기존 제도를 부정하는 아방가르드는 시간이 지나면 양식화, 제도화돼 미술관 미술로 박제되며, 그렇더라도 아방가르드 정신은 지속가능해야 하며, 그 정신을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예술이 탄생한다는 논리다.

60년대말부터 80년대말까지 한국의 아방가르드는 서구의 아방가르드와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형’이 가지는 ‘확정성’과 ‘연결성’을 언급하며, 이 시기 미술의 위대성을 설파했다. “이 시기에는 우리만의 언어와 정서, 역사, 문화를 기반으로 실험적인 작품을 추구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언어로 우리만의 미술을 만들어내는데 원형의 소스가 될 수 있다. 2000년대 미술과 연결지점이 바로 원형으로서의 소스와 확장성이다.”

아방가르드 하면 대구다. 실험적 현대미술의 에너지를 집중시키며 전국적으로 ‘현대미술제’를 여는 기폭제가 된 ‘대구현대미술제(74녀)’가 대구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로써 대구는 한국전위미술의 메카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번 전시 참여 작가 22명 중 8명이 대구작가라는 사실만 봐도 그 권위가 짐작된다. 김 협력큐레이터가 ‘대구현대미술제’가 한국 현대미술에 미친 영향을 높게 평가했다.

“‘대구현대미술제’가 한국전위예술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대구미술의 전위성은 좀 더 본격적으로 조명돼야 하는데 이번 전시가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윤진섭 협력큐레이터가 함께 기획한 한국행위미술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는 전시와 함께하는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전은 1전시실과 어미홀에서 5월 13일까지. 053-803-7882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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