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신비한 모성애 -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새들의 신비한 모성애 -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 승인 2018.02.0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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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새들만큼 역경을 이겨내어야 하는 존재도 없을 것입니다. 비바람과 추위와 같은 자연 재해도 이겨내어야 하지만 사람을 비롯한 수많은 천적과도 싸워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들은 종족 보존을 위해 비록 날씨는 차가우나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을 가늠하고, 또한 바람 냄새 속에서 기후의 숨결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새들은 자신의 알을 부화시켰을 때에 물어다 줄 먹이가 많을 때를 맞추어 짝짓기를 하고 또한 알을 낳습니다. 새들은 짝을 짓자마자 곧 알을 낳습니다. 몸이 무거우면 제대로 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들은 짝짓기 전에 둥지부터 짓습니다.

둥지를 지을 때에는 비바람을 이길 수 있는 위치에다 짓습니다. 또한 외부 침입자를 막기 위한 다양한 장치도 시도합니다. 뱀을 막기 위해 가꾸로 된 피라미드 구조를 동원하기도 하고, 담비를 막기 위해 둥지 중간 중간에 날카로운 가시가 박힌 긴 가지를 꽂아두기도 합니다. 또 아열대 지방에서는 둥지를 길게 양말 모양으로 만들고, 어미만 드나들 수 있도록 드나드는 문을 아래쪽으로 좁게 내기도 합니다.

대개의 새들은 알을 따뜻하고 안전하게 품을 수 있도록 둥지를 움푹하게 할 뿐 아니라 좀처럼 부서지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듭니다. 겉은 거친 재료를 쓰지만 속은 매우 부드러운 실뿌리나 깃털을 물어다 바닥에 깝니다. 또 흙을 섞어 바람을 막고 집의 무게도 안정되도록 합니다. 둥지는 정말이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건축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을 낳은 뒤에는 침입자를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합니다.

필자가 어렸을 때의 일입니다.

집 근처에 있는 소나무에서 까치들이 요란스럽게 울어대는 소리를 듣고 달려가 보았더니 여러 마리의 까치들이 분주하게 날아대며 짖어대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뱀이 나무 위로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갓 부화한 까치의 새끼나 아직 부화되지 않은 알을 노리고 있음이 분명하였습니다.

이 전쟁에서 까치가 이겼습니다. 평소에는 두어 마리만 둥지를 지켰던 것 같은데 그 날을 여남 마리가 모여 들어 뱀을 물리치고 있었습니다. 용감한 까치들이 차례로 날아들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등을 찍어대자 뱀은 둥지 바로 아래에서 그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때 뱀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동남아의 어떤 새들은 둥지에 알이 있을 경우 집과 좀 떨어진 곳에서 쉴 새 없이 이상한 동작을 반복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는 약탈자의 시선을 자기에게로 유인하여 알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의도라고 합니다.

참으로 신비하고도 강한 모성애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무리 먹이가 많은 시기를 맞추어 부화를 시켰다고 할지라도 어미에게는 또 새로운 판단이 남아있습니다.

어미는 모든 새끼에게 골고루 먹이를 나눠 주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놈이 먹이를 더 많이 차지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어떤 새는 하나만이라도 잘 키울 생각으로 제일 큰 놈한테만 먹이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야 종족 보존이 잘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냉엄한 현실 앞에서 새끼들로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운명이 됩니다. 그리하여 어미를 빨리 알아차리고 얼른 입을 크게 벌리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합니다. 어떤 새끼들은 먹이를 더 많이 차지하려고 형제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기도 한다고 하니 이 작은 둥지속의 생존경쟁이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 자란 새끼들은 비행연습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때가 또한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약탈 포식자들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첫 비행을 시도하는 이 어린 새들을 노리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사람도 계속 다듬어야하는 시기인 청소년기를 잘 보내어야만 온전한 성인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새들이 우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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