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건강한 삶을 돕는 특수건강진단
근로자의 건강한 삶을 돕는 특수건강진단
  • 승인 2018.02.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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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정(연합내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특수건강진단이 뭐예요?”, “그 병원은 특수한 장비로 검사를 해 주나요?”, “특별한 사람들만 받는 검사인가요?”

특수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많은 궁금증을 만들어냈고, 그 덕분에 나는 2016년 직업환경의학과를 개설하면서 잦은 새벽 출장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었다. 바빠진 직원들의 볼멘소리도 덤으로 얻었지만.

직업환경의학과에서는 특수건강진단을 비롯한 근로자 건강진단 및 사후 관리 질환에 대한 업무 관련성 평가, 직업성, 환경성 질환 등을 다루고, 직업성 질환의 예방 및 관리와 더불어 환경성질환의 예방대책 수립 및 진단 기준, 진료 지침 등을 작성하여 직업 및 환경과 관련된 질병에 대한 전문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업환경의학과의 궁극적인 목표는 특수한 작업환경을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 직업병들의 예방, 조기 진단, 초기 치료로 인한 근로자의 건강 증진에 있다. 과거의 직업 의학은 소음성 난청과 진폐증, 직업성 암, 중독성 질환 등을 주로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은 산업보건체계가 확립되고 서비스 업종이 늘어나면서 야간작업 및 감정노등 등으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직업환경의학과에서 실시하는 특수건강진단은 산업안전보건법상에 제시된 179종의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사업주가 실시하는 건강진단을 말한다.

특수건강진단의 종류에는 배치 전 특수 건강진단, 수시 건강진단, 임시 건강진단 등이 있으며 실시 주기는 유해한 환경 업무에 배치되기 전에 ‘배치 전 건강진단’을 시작하고, 주기에 따라 배치 후, 첫 번째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한 뒤에는 주기적으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한다. 특수건강진단의 한 종목인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은 간호사, 소방관, 경찰관 등과 같이 야간교대근무가 필수적인 직업군에서 실행한다.

야간작업은 신체적 피로 및 높은 스트레스로 인하여 심혈관 질환 뿐만 아니라 비만, 대사증후군, 수면장애, 위장관 질환, 우울증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근무는 생체 리듬을 불균형하게 만들어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근로자들은 야간작업 중 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생산성이 감소하며, 결근 및 이직률이 높다. 또 수면유도를 위해 음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회생활과 가족생활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들어 삶의 질이 저하되면서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야간작업 근로자들은 작업을 마친 후 최소 6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한 번에 긴 시간동안 충분히 잠자는 것을 권장하지만, 충분한 회복과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두 번에 걸쳐서 잠을 나누어 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족 중 야간작업 근로자가 있다면 그들이 잠을 자는 동안에는 세탁이나 진공청소기 사용 등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만약, 야간작업 중 수면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최소한 10분 이상 수면을 해야 한다. 수면시간이 30분을 넘기면 잠에서 깨기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10분~20분 정도의 수면이 좋다.

최근에는 수면에 도움을 주기 위해 멜라토닌 성분이나 수면 유도제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야간작업’을 하게 되면 근무하는 동안 수축기 및 확장기 혈압이 상승하여 작업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더라도 잘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수면을 취할 때 나타나야할 혈압하강(dipping)이 나타나지 않아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야간작업’은 이외에도 소화효소의 분비장애와 산·염기 균형의 장애를 일으켜 위장관 증상과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생체리듬에 장애를 일으켜 인간에게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직장 암, 자궁내막암 등의 위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의 질환을 가급적 빨리 발견하여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2014년부터 ‘야간작업’을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에 포함시켜 해당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조기에 발견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수건강진단의 실시 대상은 형행법상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 8시간 이상 지속되는 작업시간이 월 평균 4회 이상 또는 6개월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에 월 평균 60시간 이상 작업 시간을 수행하는 경우가 속한다.

특수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값진 노동의 힘으로, 이들의 거친 땀의 힘으로 우리는 오늘보다 내일의 더 기대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사회의 초석이 되는 특수직업환경 근로자들의 건강한 삶은 더 이상 근로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숙제이다.

아프리카 반투족이 말 중에 우분트‘(UBUNTU)란 말이 있다. 그 뜻은 ‘내가 너를 위하면 너는 나 때문에 행복하고, 너 때문에 나는 두 배로 행복해 질 수 있다’ 라고 한다. 나는 내가 손 잡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근로자의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믿음직한 동반자, 현장 및 야간 근로자들의 건강파수꾼으로서 특수건강진단 뿐만 아니라 조기 치료 및 예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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