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세 사람
평창의 세 사람
  • 승인 2018.02.1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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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평창 동계 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평창 올림픽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기념할 만한 동계 스포츠의 대전이지만 개막식에서 보여준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은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평창 올림픽은 스포츠나 문화 이외에 특별히 두드러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정치이다.

눈으로 하얗게 덮힌 평창은 평화를 추구하는 우리 모두의 염원이다. 그 평창에 세 사람이 찾아 왔다. 그 세 명의 방문은 한반도의 실정을 세계에 호소하고 있는 듯하다. 그 세 분의 이름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 그리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다.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유치한 전임 대통령으로 초청 받았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김정은의 특사로 방문한 것이다.

올림픽이라는 명분이 세 사람을 자리에 모았다. 평창 올림픽에서의 이명박의 이미지는 반갑지 않은 손님, 초라한 노객이다. 목사인 내게 비친 그의 이미지는 자본주의라는 창녀에 몸을 더럽힌 늙은 교회이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의 장로로서 한국교회의 막강한 후원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장로를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한 한국교회의 열망을 등에 엎고 대통령에 취임한 이명박의 행적은 자신이 유치한 평창 올림픽의 한 구석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모습 그대로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DNA를 간직한 피가 그의 온 몸에 돌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냉소적이다. 장로라는 그의 신앙은 자본주의라는 창녀에게 유혹을 당하여 몸과 영혼까지 지배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평창 올림픽에 달갑지 않은 손님으로 초청받은 그의 모습은 마치 순결을 잃어버린 여인같다. 그의 모습은 한국교회의 실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한국 교회에서 성장했고 한국교회는 그를 키운 그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은 반듯한 신사로서 신뢰감을 준다. 그러나 그가 주는 이미지는 깡패에게 협박받는 발목 잡힌 신사 같다. 보기에는 반듯하고 점잖은데 오늘 밤 그의 안방에서는 흉기를 든 깡패에게 협박을 당하는 신사같다. 그의 말과 그의 행동은 발목잡힌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조심스러움과 위축감이 묻어난다.

순전한 신사 문재인은 아무도 없는 그의 안방에서 어떻게 그 협박을 이겨낼까? 그의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이 오히려 불안해 보인다. 이 해맑은 웃음의 점잖은 신사에게 숨겨진 능력과 혜안이 있기를 그리고 그 경륜으로 그를 위협하는 깡패의 협박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웃고 있는 그를 보면 애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그에게 또 우리 민족에게 있기를 기도해 본다.

평창에 오직 한 여자만 있는 것 같다. 김여정이라 한다. 김정은에게 이런 동생이 있었구나. 정치 문외한에게는 생소한 그의 이름이 어느 날 갑자기 신문에 보도되며 평창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공식적인 직함이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란다.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하여 그의 밀서를 문대통령에게 전달한 모양이다. 도도한 그의 모습이 오히려 어색해 보이지만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의 이미지는 낮과 밤이 다른 요염한 여인같다. 낮에는 도도한 귀부인의 모습이지만 밤에는 특수 공작원으로 상대방을 포획하기 위해 작전을 짜는 느낌이다. 30대 여인으로 어울리지 않는 그의 도도한 미소와 눈길, 꼿꼿한 허리 그리고 절제된 언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평창의 눈을 본다. 평창의 평화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평창의 세 사람을 주목한다. 한반도의 현실을 상징하고 있는 그 세 사람의 존재는 한반도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스포츠로서의 올림픽은 순수하다. 문화로서의 올림픽은 감동적이다. 그러나 정치로서의 올림픽은 조바심이 난다. 평창의 세 사람을 통해 올림픽의 정치학을 본다. 올림픽의 정치학은 우승을 다투는 승부의 세계보다 훨씬 더 긴장된다.

평창 올림픽에는 장외의 선수가 세 명이 더 있다. 비록 공식적인 선수는 아니지만 이들 가운데 누가 승리할 것인가 하는 것에 더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그 승부에 의해 평창의 눈은 색깔이 달라질 것이다. 누렇게 변한 추한 모습이 될 수도 있고 피로 물들어 빨갛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창의 눈은 우리 역사에 반드시 하얗게 남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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