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난다”-“속만 타네”…전통시장 희비
“살맛 난다”-“속만 타네”…전통시장 희비
  • 정은빈
  • 승인 2018.02.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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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 맞으니 콧노래가 절로”
서문시장 등 ‘설 특수’ 누려
잇단 손님에 점포들 ‘북새통’
추위 풀리며 시장 활기 더해
“명절 다가와도 실감 안 나”
팔달시장 등 발길 뜸해
온종일 팔아도 ‘3만원’
지자체, 고객 확보 고심
서문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의 청과점 등 주요 성수용품 상점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장성환기자

팔달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10시께 북구 노원동 팔달시장은 대목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한산했다. 정은빈기자

설 연휴를 앞두고 칠성시장과 서문시장 등 대구지역 주요 전통시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성수용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은 대형유통업체가 아닌 전통시장을 찾았다. 14일 낮 기온이 영상 14도까지 오르는 등 날씨가 풀린 점도 한몫했다.

반면 일부 상인은 대목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 하소연하거나 수요가 일시적인 데 그칠 것을 우려했다.

◇ 설 연휴 앞둔 서문시장·칠성시장 ‘활기’

“맛있습니다~ 맛있는 기라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11시께 북구 칠성동 칠성시장의 한 상인의 입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대목을 맞아 시장이 손님으로 붐비자 상인들은 신이 난 모습이었다. 이날 칠성시장 내 대부분 상인은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았다. 시장 곳곳에서는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손님 행렬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귤과 사과 등 청과점 앞에서는 손님 5명이 물건을 살폈고, 방앗간과 정육점 앞에서는 각각 손님 3명이 물건을 골랐다. 과일과 채소 등 성수용품이 가득 담긴 봉지 5여 개를 들고 시장을 나서는 일행도 여럿이었다.

청과점 상인 서모(58)씨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손님이 통 없더니 지난 주말부터 손님이 부쩍 늘었다. 어제 가게를 찾은 손님이 지난주보다 3배 정도 많다”며 “특히 올해 겨울은 예년에 비해 더 추워서 매출이 많이 줄었는데, 이제 좀 장사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이날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도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곳곳에서 상인들과 주부들이 가격흥정을 벌였고, 일부 점포는 대형유통업체에나 있을 법한 시식코너를 마련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특히 설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나물과 과일을 파는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주부 이연희(여·44·대구 남구 봉덕동)씨는 “작년까지는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올해는 물가가 비싸 전통시장으로 오게 됐다”며 “확실히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의 정도 느끼고 좋은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전통시장 이용 시 성수품 구매비용은 대형유통업체를 이용할 때보다 7만 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27개 주요 성수품 구매비용은 전통시장 이용 시 23만5천 원으로, 대형유통업체 이용 시 구매비용(30만4천 원)보다 6만9천 원 적었다.

오랜만에 전통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상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장사가 잘 되자 흥이 오른 상인들은 더욱 큰 목소리로 손님들을 유도했고, 후하게 덤을 얹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청과점 상인 김금자(여·67)씨는 “시장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광경을 오랜만에 보니 기분이 좋다”며 “명절 기간이 아닐 때도 시민들이 전통시장을 자주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대목 비켜간 상인들 “설 전이 대목이라는 것도 다 옛말”

모든 전통시장이 대목 철을 맞은 것은 아니었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북구 노원동 팔달시장은 다소 한산했다.

손님 여러 명이 장을 보러 왔지만, 대목을 맞아 북적이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일부 상인은 “설 전이 대목이라는 것도 다 옛말”이라며 하소연했다.

36년째 팔달시장에서 장사 중인 잡화점 상인 장모(여·67)씨는 “어제(13일)도 온종일 팔아서 3만 원 벌었다. 사람들이 다 마트에 가는지 대목 느낌이 하나도 안 난다”며 “예전에는 시장 끝에서 끝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인근에 아파트가 여럿 들어선 뒤로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정육점 상인 홍모(여·54)씨는 “설 전에는 그나마 장사가 되지만 이것도 잠시뿐”며 “날씨가 풀리면 겨울보다는 낫지만 계속 장사가 잘 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에 따라 북구 등 지자체는 지속적으로 전통시장을 찾아 장을 보는 고정 수요층 확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단기간 손님이 몰리는 일회성 수요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시장을 찾는 주민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라며 “올해 북구는 칠곡시장 등 북구지역 내 시장을 대상으로 공동 마케팅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전통시장 지원사업을 4번에 걸쳐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은빈·장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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