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속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내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2살 무렵
겨우겨우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기 시작할 때
마주 보던 두 눈이 포개지면서
지그시 내려다보고
빤히 올려다보면서
띄엄띄엄 하던 말
“엄마 눈 속에 옐이 들어 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
단 한번 만 더 그 아기 되어 내게 돌아온다면
내 눈 속에 그 아이 다시 불러 들여서
자장가 나직나직 부르며 졸린 눈 서로 주고받다가
체온 섞여 껴안은 채로
누가 먼저인지 모르게
사르르 잠이 찾아오는 겁니다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1986년 '매일신문'에 수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옻골문화제 대상 수상.
<해설> 눈 속에 눈이 어려 있다는 것은 가슴에 각인 된 아픔이요 슬픔일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 그 사랑스러움이 사라지고 없는 가슴이 안아야 할 고통 그것은 지극한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바람이 되어 꿈으로, 꿈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왕 꾸는 꿈이라면 행복한 만남이었으면 좋겠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