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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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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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추운 날씨에 하필 왜 아바의 음악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바의 노래에는 겨울 느낌이 묻어있다. 유럽에서도 북쪽, 스칸디나비아 반도인들의 외모에는 추운 날씨를 이겨내며 살아온 사람들이 가질 법한 엄격함이 있다. 남미의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음색과 달리 아바의 노래에 칼로 잰 듯 노래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신기하다.

아바의 노래에서 추위를 타거나 말거나 다 각자 마음이다. 아바를 거론한 것은 이번 칼럼을 편하게 읽어달라고 미리 말하기 위해서다. 칼럼이라고 하면 뭔가 “이게 옳다”라고 제시해 주는 글 같다. 사람들이 언론인의 글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던 시절이 지나갔건만 언론인들은 지금도 열심히 뭔가를 제시하는 것은 아닐까. 그동안 언론인들이 제시해준 칼럼대로 됐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더 좋은 사회가 되어 있어야 할 터인데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세상은 조금씩 진보해 가므로 언론인의 역할을 너무 비하할 필요도 물론 없다) 굳이 동병상련의 변명을 하자면 칼럼이 모두 옳거나 교훈을 담아야 하는 것도 아닐게다. 그저 느낌을 적는 글이겠지. 그런데 필자는 스스로 잘난체하고 가르쳐 주는 글을 만들어 낸 것 같아 두렵다. 기자들보다 더 뛰어난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갈수록 기자직이 부끄러워지는 요즘 잘난체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냥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글로 봐 주면 짐을 좀 덜거 같다. 하나의 음악에도 다른 느낌이 있듯, ‘서로의 주의·주장을 그만하면 어떨까’ 설의 쇠며 생각해 봤다.

그래서 좀 편해 보려고 잡은 이번 이야기는 제사다. 몇 년 전부터 제사를 지내지 않고 있는 모 인사에 관한 기사를 설 전에 보았다.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서 가족이 여유있는 명절을 보낸다는 내용이었는데 댓글이 많이 달렸다. 가장 재미있는 댓글은 “없는 사람들만 제사지내려고 정신없이 명절 보내지 있는 사람들은 다 해외여행간다”는 글이었다. 제사에서 탈출한 그이를 비판하는 글도 많았지만 상당수 댓글러들은 제사의 폐해를 성토했다. 조상 모시려다 부부 이혼한다는 주장까지 하면서.

명절이 끝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급증한다는 뉴스도 보인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명절 후 3일간 자살자 수는 명절 전 3일간 자살자 수와 명절 연휴 기간 자살자 수보다 각각 21%, 31% 많았다. 연령별 명절 후 자살자 수는 50대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정이 많은 우리민족, 가족들을 만나 명절을 함께 했건만 끝내 목숨을 버릴 만큼 힘들었나 보다.

아바의 음악처럼 엄격하고 쌀쌀한 서양인들에게 큰 명절은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주까지 이어지는 약 2주간의 연휴다. 우리처럼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을 만나기도 하고 혹은 여행을 떠나는 시즌이다. 종가 맏며느리에게 음식장만을 시키고 후손들이 모여 절을 하는 일은 없다. 그들의 문화가 맞다, 우리의 전통이 옳다 이런 논쟁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명절에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은 세계 어느나라나 마찬가지인 인지상정이다. 다만 어떤 형식으로 모이느냐가 다르다. 음식을 형제들이 나눠서 하고 종가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제사를 지내는 집도 이제는 많이 볼 수 있다.

주위의 50대들은 “내 자식에게 제사는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죽으면 제사도 끝날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하나 아니면 둘인 자식들을 학원에 보내는 대신 우리의 전통에 대해 알뜰하게 가르쳐 준 부모들이 얼마나 될까.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이 실감난다. 필자 역시 오래 봐온 제사 문화가 해가 갈수록 허무하게 설 자리를 잃는 것 같아 섭섭함을 금할 수 없다. 조상을 모시고 존중하는 전통이 사라진다면 우리사회를 지탱해오던 사상, 어떤 정신이 그동안 잘 굴러가던 수레바퀴에서 빠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된다. 누군가는 제사를 지내지 않겠지만 누군가는 지낼 것이다. 문화는 늘 변하는 것이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제사문화가 생길 것 같다. 어느 한 쪽(지금까지 대부분 여성)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지지 않도록 제도적인 배려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4~5일의 짧은 명절이 아니라 열흘 정도되는 긴 휴가가 주어진다면 가족간의 갈등이나 쫓기는 듯 피로한 명절이 좀 행복하게 변하지 않을까? 그냥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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