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앞을 보는 사람과 뒤를 보는 사람
<대구논단>앞을 보는 사람과 뒤를 보는 사람
  • 승인 2010.01.0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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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는 가슴은 언제나 설렌다. 새로운 각오로 원대한 꿈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고 연말이 되면 답답해진다.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는 듯 하여 후회가 된다.

`반성은 아무리 늦어도 매우 빠른 것이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이미 늦은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떻게 해야 후회하지 않게 될까?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무정하게 지나간다.

일찍이 퇴계 선생은 `고인은 날 못보고 나도 고인 못 뵈오니 고인을 못 뵈도 가던 길 앞에 있으니 아니 가고 어쩌리. 라고 노래하였다. 세월은 흘러가도 앞의 사람이 닦아놓은 바른 길을 따라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가기는 가되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퇴계 선생의 가르침대로라면 지나간 일을 잘 살펴서 두 번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말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마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로마 신화에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이야기가 나온다. 프로메테우스는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지혜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에피메테우스는 `일이 있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중에서 어떤 유형의 사람을 살아왔을까?

프로메테우스는 절대자였던 제우스의 명령을 거스르면서까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고 그 벌로 산꼭대기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肝)을 내어주어야 하는 형벌을 받는다. 그런데 다 쪼아 먹히게 되면 또다시 간이 살아나기에 영원히 쪼아 먹혀야만 하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시지프스의 바위와도 같은 고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메테우스는 끝내 굴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프로메테우스는 마침내 헤라클레스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는데, 이에 감사하여 가락지를 만들어 선물한 것이 반지의 기원이라든지, 전문가를 뜻하는 `프로’가 이 프로메테우스에서 비롯된 용어라는 이야기는 모두 프로메테우스의 의지와 용기를 칭송하는 데에서 기원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가 내리는 선물을 받지 말라고 당부하는 형의 말을 거역하면서 첫눈에 반한 판도라와 결혼을 한다. 그 판도라는 제우스가 열지 말라는 상자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끝내 열어보고야 만다.

아시다시피 판도라의 상자에서 튀어나온 것은 마음과 몸을 해치는 욕심, 시기, 질투, 원한, 복수, 질병 등 많은 죄악과 재앙이었다. 황급히 상자를 도로 닫았을 때에 바닥에 남은 것은 `희망’ 뿐이었다. 그리하여 우리 인간은 언제나 희망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는데 현실이 절박할수록 그 희망이 더 절실하다는 설정이 여간 의미심장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희망을 가지고 있는가? 그 희망은 자랑스러우며 보람된 것인가? 그리고 실현 가능한 것인가? 성경에도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생애가 예수와 비슷하여 `작은 예수’, 혹은 `구약의 예수’로도 불리는 요셉은 어렸을 때에 형들에게 버림받아 멀리 이집트로 팔려가게 된다.

요셉은 뼈를 깎는 고난을 거쳐 30세의 나이에 이집트의 총리직에 오르게 되고, 후에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았는데 큰 아들은 `므낫세’, 둘째 아들은 `에브라임’이라고 이름 지었다. `므낫세’는 `과거 청산’이라는 뜻이었고, `에브라임’는 `미래 번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보면 요셉의 평소 생활 자세를 짐작할 수 있다.

`므낫세’라고 이름 짓는 순간 과거를 모두 용서하고 `에브라임’이라고 이름 짓는 순간 자신의 할 일을 더욱 확고히 하였던 것이다. 이 이름들 속에는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도 들어있다. 우리는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면서 지금까지의 모든 한과 아픔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새 마음으로 번영의 세월을 열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우리가 하기에 달려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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