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니 가을이다
나오니 가을이다
  • 승인 2018.02.22 21: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을숙

나오니 가을이다

안에서는 몰랐던 어긋난 사랑

뒤로 물러나는 가을 덩굴 사이

인간보다 오랜 세월

음양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호숫가에 낚싯대 드리운 낚시꾼

졸음은 자연을 닮아가고

천 이백 짝사랑

뒤로 한 발짝 물러선 서투른 질투

손바닥 닮은 낙엽처럼 쪼르르 따라 나선다

버스는 벼를 안고

가뭄에 갈라진 틈새로 사라져 가고

부르터진 석류 알 노을보다 붉어

들판을 통째로 물들이며 가을을 익힌다

가을이 되어가는 맘 늦깎이 콩은 알려나

붉은 홍조는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정을숙 = 경남 마산출생

한국시민문학협회 부회장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시집 <내 마음이 고장 났다>

<해설> ‘나오니 가을’이라는 이야기는 뭔가를 깨달은 사람들의 언어일 것이다. 나를 잃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애환 같은, 그러기에 깨어있는 나를 찾으려 강태공을 선뜻 따라 나선 것이리라. 가을은 이미 와 농익어 있건만 나를 잃고 살아온 시간으로 가을이 와있음을 이제와 알게 된 것이다. ‘나오니 가을’인데 그 속에 빠져들 시간은 너무 짧아져있어 아쉽기만 하다. -정광일(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