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조, 무엇을 품고 있나 - 공존을 위해 나아가자
인면조, 무엇을 품고 있나 - 공존을 위해 나아가자
  • 승인 2018.02.2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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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인면조(人面鳥)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우리 문화의 한 원형(元型, archytype)으로서 어떤 메시지를 품고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세계 각 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은 바 있지만 이웃 일본에서는 ‘인면조로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마음껏 어필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인면조는 글자 그대로 사람의 얼굴을 한 새(鳥)로, 세계 여러 신화에 등장합니다.

오래 된 기록으로는 우선 중국의 신화집이자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 “북해의 물가에 신이 있는데, 사람의 얼굴과 새의 몸을 하고 있다. 양쪽 귀에는 푸른 뱀을 걸고 양쪽 발로는 붉은 뱀을 밟고 있으며 이름은 우강이라 한다. 대황(大荒)에는 북극천궤(北極天櫃)라는 산이 있는데 바닷물이 북쪽에서 들어온다. 이곳에 머리가 아홉 개인 사람의 얼굴과 새의 몸을 하고 있는 신(神)이 있어 이름을 구봉(九鳳)이라 한다”는 구절로서 인면조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도교 경전인 ‘포박자(抱朴子)’에도 “천세(千歲)는 새(鳥)이고, 만세(萬歲)는 날짐승(禽)인데, 모두 몸은 새이나 얼굴은 사람이다. 그 수명(壽命)은 그 이름과 같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모습은 우리나라 고구려 옛무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평안남도 남포시 덕흥리 고분벽화에 인면조가 둘 그려져 있는데, 그 옆에 각각 ‘천추지상(千秋之像)’, ‘만세지상(萬歲之像)’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인간의 무한 장수를 기원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인면조는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경우를 비유하고 있습니다. 범어(梵語)로 ‘칼라빈카’라고 하는 이 새는 가릉빈가(迦陵頻迦)로 번역되어 우리에게도 전해진 바 있습니다. 칼라빈카는 극락정토에서 살아가는 불로불사의 인면조로서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설법을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깨달음의 세계는 아름답다는 것을 말합니다.

중동 아시아에서는 불의(不義)를 바로 잡는 새로 나옵니다. 이란 신화에 ‘시무르그’라는 거대한 새가 있어 불의를 응징하는데, 역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유럽에서도 인면조의 전설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대개 불길(不吉)한 동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세이렌(Seiren)은 여성의 얼굴에 독수리의 몸을 가진 동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항해하는 배를 유혹하여 침몰시킨다고 전해집니다. 역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하르피이아(Harpyia)도 반은 인간이고 반은 새인데, 인간을 잡아먹는다고 전해집니다.

옛 우리나라는 인면조의 나라였습니다. 앞서 고구려 덕흥리 고분을 비롯하여 안악3호 고분, 삼실총에는 물론 신라의 식리총, 백제 무령왕릉 은잔에도 인면조가 출토된 바 있습니다. 백제 금동향로에는 인면조가 무려 넷이나 깃들어 있기도 합니다.

이로 보아 인면조는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커다란 문화권에서 공유했던 사상의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면조를 드러내 보이는 의도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들어야 할 것은 세계가 공유한 인면조를 우리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公表)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웅크리고 있는 작은 나라가 아니라 유구한 세계의 모든 가치를 함께 품고 있는 대범한 나라임을 드러내어 보이는 것입니다.

인면조는 하늘과 땅을 잇는 영조(靈鳥)입니다. 이러한 인면조를 우리의 의식 속에서 꽃피운다는 것은 ‘하늘이 곧 사람이다’라는 절대적인 진리와 맥을 같이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 퍼포먼스에 함께 등장한 청룡·백호·주작·현무 등 사신(四神)을 통해 우리는 각 방위에서 자기 것을 지키며 공존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개막식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 고유의 가치를 내어 보이면서 공존이라는 절대 가치를 추구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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