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화의 눈물
상화의 눈물
  • 승인 2018.02.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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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주부)


2018년 2월 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5일 오후 8시 폐막식을 치른 평창동계올림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홍희의 고향, 의성 출신선수들로 구성된 컬링 팀이 빗자루를 쓸 듯 얼음면을 닦아 쭉 뻗어가기도 하고, 상대국가 스톤을 튕겨낼 때는 짜릿하였다. 다부진 목소리로 서로 작전을 짜고 지시하고, 영미~하고 외치는 모습이 집중도를 높여주었다.

경사지고, 둥근 얼음트랙을 어떻게 달리느냐에 따라 종목이 결정되는 것도 경기를 보다보니 눈에 들어왔다. 머리를 앞으로 하고 엎드려서 달리는 스켈레톤, 발을 앞으로 향하고 누워서 달리는 루지, 두 명이 썰매를 타고 달리는 봅슬레이라며 학교 체육시간에 배웠다며 딸이 알려줬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아름다운 피겨스케이팅, 빠르게 질주하는 쇼트트랙 등 동계올림픽은 스피드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스포츠가 많아 새로움을 선사했다. 스포츠선수 이름을 잘 알지 못하는 홍희는 이상화 선수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몇 년전부터 끊이지 않고 TV에서 보았던 터였다. 2010 캐나다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2014 러시아 소치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3번째 금메달 도전이었다. 올해는 일본 선수가 최대의 라이벌이란다. 얼굴이 익숙한 선수이고, 3번째 금메달 도전하는 선수라 경기를 꼭 지켜보고 싶어 TV앞에 앉았다. 그 전에는 TV에서 보면 소탈한 성격에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는데 경기전 트랙을 도는 그녀의 모습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처음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때 온전히 자기자신을 위해 연습을 하였을 것이다. 자신이 국가대표가 되고 싶지만, 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훈련하고 훈련하였을 것이다. 어제보다 나은 능력의 향상을 위해, 작은 대회에서 1위를 위해, 00지역에서 1위를 위해, 한 나라에서 1위를 위해 그리하여 마침내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었을 것이다. 드디어 올림픽이 열리고 세계에서 1위가 되기위해 달리고 달린다. 예선전, 준준경승전, 결승전에서 끝내 우승하고 금메달 획득하였을 때 국가의 메달갯수를 추가하여 기쁠 것이지만, 개인으로서 자신이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는 기쁨도 클 것이다. 먼 곳에 있어 꿈을 꾸며 했던 몇 년에 걸친 숱한 훈련들이 마침내 금메달이라는 현실이 된 것이다. 자기자신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면서부터는 나의 의지보다는 국가의 의지를 대표하는 선수로 압박감이 클 것 같다. 이상화는 두 번째에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세 번째, 내 나라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3연패 신화를 달성하여 자신의 바램을 너머, 국가의 바램을 이루고 싶은 극심한 압박감에 시달릴 것 같다. 나를 빛내기 위해 시작된 것이, 나를 넘어서 국가를 위해 의무감처럼 부담지워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상화는 달리고 달려 2등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태극기를 손에 들고 한 바퀴를 돌면서 복받치는 울음을 터트렸다. 보는 홍희는 그녀의 울음이 전해지고 괜히 뭉클해진다. 그런 상화를 안고 토닥거리는 일본선수 고다이리 나오가 한국말로 ‘잘했다’고 했다지. 자신의 트위터에도 ‘나는 너무나 수고했고 길고 긴 여정도 잘 참아냈다. 2등도 만족하고 아직도 상위권에 있다는 자체만으도 너무 좋았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 성원을 받은 값진 은메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해시태그는 ‘무거운짐을내려놓았다’이다.

상화의 눈물은 비단 혼자만의 것은 아니리라. 금메달이라는 꿈을 향해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으나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움이 있을 선수들, 메달을 따서 국가와 개인의 영광을 누리는 선수들, 국가대표라는 부담감을 이겨낸 선수들 모두 흘린 땀방울만큼, 눈물을 흘렸으리라. 그들 모두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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