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크’의 기술
‘작크’의 기술
  • 승인 2018.02.2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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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술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작크’의 기술이다. 작크의 기술은 작은걸 크게 보는 기술을 말한다. 있는 말이 아니고 필자가 만든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상을 바꾼 큰 사건들은 작은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작은 것이 불씨가 되어 걷잡을 수 없는 큰 불로 번져 생명을 잃고 많은 재산을 잃는 법이다. 수 백, 수 천 년을 이어 왔을지도 모를 자연과 문화유산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리는 것도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하나였을지 모른다.

큰 것을 크다고 말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작은 걸 크게 볼 줄 아는 사람이 전문가다. 큰 것을 보는 것은 보는 것에 이상이 없는 한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일반 사람들이 잘 볼 수 없는 미세한 차이를 찾아내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이다.

오랫동안 한 몸처럼 살았던 부부가 남남이 되는 것도 대다수가 큰 것 때문이 아니다. 거의가 작은 것들 때문에 이혼을 하게 된다. 사소한 말다툼, 작은 생활습관의 차이, 성격의 차이가 파혼에 이르게 한다. 부모 형제보다 더 가까웠던 부부가 보잘것없고 하찮은 일 때문에 헤어지고 있다.

뉴스를 보다 보면 로드 레이지(Road Rage)로 사람들이 생명을 잃는다. 로드 레이지는 도로 위의 난폭운전, 보복운전 등을 말한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사고를 통한 큰 피해를 보는 도로 위에서의 싸움, 그것도 역시 아주 작은 코딱지 같은 일 때문에 발생한다. 끼어들기, 하이 빔, 깜빡이 켜지 않고 차선 바꾸기. 앞차가 늦게 간다는 사소한 이유 때문에 도로 위에서 목숨을 걸고 죽일 듯이 싸움을 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선조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이다. 그러다 진짜 죽는 일도 생기게 되니 작은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아침에 밥을 먹고, 걸어 다니고, 눈으로 하늘을 보고, 음악을 듣는 것들, 그런 것들 모두 사소한 일들이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자고 있는 아이들 얼굴을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는 일 등, 모두 작고 사사로운 일들이다. 결혼기념일, 생일, 가족의 대소사 챙기는 일. 그런 큰일은 누구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주 눈곱 같은 작은 일들은 놓치기 쉽다. 하루하루 해가 뜨고 지는 일, 아이가 밥을 먹고, 자고 일어나고 하는 일들이 모여 우리 인생(人生)이 된다. 그것이 바로 역사가 된다. 작은 빗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고 생명을 살려내고, 큰 바다가 되었다.

작은 걸 크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작은 걸 크게 볼 줄 알고 귀히 여기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 어린아이와 같은 여리고 약한 사람들, 손길이 가지 않으면 혼자서 살 수 없는 작은 생명들, 들판에 피고 지는 이름 없는 작은 풀꽃들을 크게 보지 않는 사람은 한 번쯤 생각을 해보자. 크게 보였던 당신도 어느 순간 아주 사사로운 존재가 되어 아무렇게나 버려질지 모른다.

삶을 성공적으로 사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모습 중에 하나는 작은걸 크게 볼 줄 아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큰 것을 크게 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방송에 나오는 인기 있는 배우, 가수의 팬이 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무명 배우, 무명가수의 팬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잘 나고 멋져 보이는 사람을 크게 봐주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볼품없고 힘없는 여리고 약한 사람들을 크게 보고 높이 받들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귀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해외여행을 며칠간 다녀온 뒤 구경 잘 했냐고 묻는 친구의 말에 “볼 거 하나도 없더라.”라고 말하는 사람. 많은 돈을 지불하고, 긴 시간 비행을 하여 낯선 이국땅에 가서도 그는 여전히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다. 2시간 숲 속에 들어가 숲 체험을 마치고 나온 교육생에게 본 것을 나눠보자고 얘기하니 “아무것도 없던데요.”라고 한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을까? 그 많은 나무는 왜 못 보았고, 나무 아래 나뭇잎 사이로 기어 다니는 작은 벌레는 왜 못 보았을까? 다람쥐는, 또 산속의 새들은 왜 보지 못하였을까.

작은 걸 크게 보는 우리가 되자. 사랑하는 가족의 작은 변화를 볼 줄 아는 우리가 되자. 진짜 맹인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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