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에 대한 단상(斷想)
축제에 대한 단상(斷想)
  • 승인 2018.02.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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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연초에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주도(州都)인 세비야를 방문하였다. 세비야는 우리에게는 플라멩코의 본고장이며, 대구오페라축제에서도 공연되고 있는 ‘세비야의 이발사’와 ‘카르멘’, ‘돈조반니’의 배경이 된 도시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때마침 필자가 머무르는 3일 동안 주현절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주현절을 기념하는 ‘카 퍼레이드’가 진행되었는데, 거리에는 전 도시민이 다 모여든 것 같이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각 차량마다 한 그룹의 관악대가 앞장서면서 경쾌한 음악과 더불어 진행되는 ‘카 퍼레이드’에는 각양각색의 전통복장을 한 아이들이 온갖 치장을 한 차량위에서 길가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사탕을 던지는데, 하늘에서 사탕 소낙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이 장관이었다. 모여든 사람들도 정말 열정적으로 환호성을 질러대며 쏟아지는 사탕을 받아내고 있었다. 미처 사람들이 받아내지 못한 사탕들은 길 위에 떨어져 다른 차량의 바퀴에 짓이겨 마치 진흙 덩어리처럼 차량바퀴와 도로에 붙어있었다.

진정으로 모든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과 함께 필자는 문득 우리의 축제를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 지역에서 진행되는 각종 축제에 필자는 얼마나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즐겼는가를? 심지어 우리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 어떤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가를? 돌아온 답은 ‘잘 모른다’였다. 이런 경우가 비단 필자만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다.

축제란 사전적 의미로는 ‘개인 또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결속력을 주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하여 의식을 행하는 행위’라고 한다. 축제를 의미하는 ‘festival’은 성일(聖日)을 뜻하는 것으로 그 뿌리는 종교의례에 있다. 그러나 특정한 종교가 모든 지역민의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은 우리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축제는 ‘약령시한방문화축제’와 같이 일부 지역의 역사적 상관성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축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놀이마당의 성격을 띤 지역문화행위를 주제로 한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전통문화를 발전시키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해 대부분의 축제들이 관광과 여가향유의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축제의 궁극적인 목적 자체가 지역민들의 자긍심과 결속력을 높이기보다는 관광객을 모으고,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놀거리를 제공하여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축제를 개최하다보니 자치단체, 축제조직위원회 등 축제의 공급자들이 축제의 수와 규모만을 확대하는 등 지역축제의 외형적 성장에만 신경 쓰다 보니 축제를 소비하는 관광객, 지역주민 등 축제 소비자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축제는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또는 전국적이든 지방적이든지 간에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참가하고, 사람들 스스로가 흥에 겨워 즐거워할 때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여기서 우리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축제에 대해서 한 가지 몽상(夢想)을 해 본다. 현재 연중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축제를 일정기간동안 한꺼번에 모아서 행하면 어떨까? 우리지역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전국적인 축제로는 ‘치맥패스티벌’ ‘오페라축제’ ‘뮤지컬 축제’ 등을 들 수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축제들이 있다. 이러한 축제들을 모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덥다는 대구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더운 여름 휴가철 및 학생들 방학기간에 실시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다양한 축제를 대구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면서 백화점을 비롯한 지역의 대표적인 유통기관과 협약을 통해 대규모 바겐세일을 진행하는 ‘대구 블랙플라이데이’도 함께 하여 축제기간동안 대구 전역을 축제의 도가니로 만들어 휴가를 떠나는 대구가 아닌 휴가를 오는 대구로 만들 수는 없을까? 지역축제는 일정한 지역에서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주거지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게 하고, 동시에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상품화가 추진될 경우 그 지역의 개성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명품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필자의 허황된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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