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오는 방법을 잊은 지 오래
어느 날 갑자기 “너 살아있니? 하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나를 두드리며
우뚝 선 사람
심상찮은 예감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이스트가 뿌려진 내안은 제대로 뭉게뭉게 기어오릅니다
있지도 않을 것 같은 위태로운 방문이 외줄타기로
출렁일 때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나를 잃어갑니다
내 속을 조금씩 파내주고 있는 그 자리에
한 사람을 한정도 없이 채워갔고
나중에는 그냥 꾹 눌러 앉혔습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이 이러한데
몇 번의 가을이 다녀갈 것이고
나를 끝없이 떨게 했던
그 둔한 통증 같은 그리움이 다 헛된 것이었는지
아직도 사랑은 조용히 영원히 하는 것인지
한 번 물어볼 생각입니다
◇이필호 =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1986년 ‘매일신문’에 수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옻골문화제 대상 수상.
<해설> 어느 누군가의 안녕을 지키는 문, 그것이 방문(房門)이다. 그런데 불쑥, 그 문을 열고 들어와 평화로운 마음을 들쑤셔서 그리워하게 만드는 방문(訪問)이 있어 참 애매한 분위기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랑은, 그리움은 다 헛된 것인지 조용히 영원히 하는 것인지 알고 싶다’는 시인의 마음에 그리움 따위는 이미 비중이 없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