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 축제
발의 축제
  • 승인 2018.03.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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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교육대
학교대학원 아동문
학과 강사
2월, 17일간 펼쳐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15개 종목에 102개의 메달 사냥을 즐겼다. 우리 국민도 지켜보며 함께 즐겼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의 환상적인 발놀림뿐 아니라 얼음 위를 지치는 모든 선수들의 발놀림도 출발부터 빨라야 유력한 발판을 다져 메달을 사냥할 수 있었다. 발 빠른 발의 축제였다. 엄밀히 말하면 신발의 축제였다.

결정적인 순간에 눈길이 집중적으로 멈춘 것은 선수의 얼굴, 몸매, 발이 아닌, 그들이 신고 있는 신발이었다. 0.01초라도 결승선에 먼저 닿은 신발이 금메달이냐, 은메달이냐를 결정하니 말이다. 선수들의 신발은 오랫동안 몸에 달라붙어 한 몸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신발이 없었던 시대를 생각해본다. 한여름 땡볕에 단 모래밭을 걸을 때 피부를 지지는 열기, 눈 쌓인 산을 미끄러지며 오르다 동상에 걸리고, 가시덤불 속을 헤쳐 나갈 때 가시에 찔려야 하는 고통들! 그러니 도구를 이용할 줄 아는 인간이라 신발을 만들어 신었겠지. 언제부터였을까? 로리 롤러가 쓴 ‘신발의 역사’책을 보면 5천300년 전에 이미 미라가 송아지 가죽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 신발이 단순히 신기 위한 기능만 충족시킨 것이 아니었나보다. 식민지 시대 미국에서는 배가 아프면 아픈 배 위에 무거운 신발을 올려두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낡은 가죽 신발 앞부분을 먹임으로 배 아픔을 치료했다.

배고픈 시대를 지나 1천600년대 들면서 버지니아 식민지가 풍부한 수자원과 숲의 풍요를 충족시켜 주자 사람들은 사치스러운 신발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 하였고 일본 히로히토 천황은 즉위식 때 비단 나무에 무늬 새긴 코다 게다를 신어 권위를 드러내 보였다. 심지어, 백성들 발의 크기까지 왕의 마음대로 규정하였으니 11세기에 중국에서 타키 공주가 작고 비틀린 발로 태어났을 때다. 왕은 미래의 여왕이 당혹스러워하지 않도록 아주 작은 발을 가진 여성만이 아름답고 완전하다며 어린아이 때부터 작은 신발 속에 발을 밀어 넣도록 포고령을 내렸다. 발 모양이 뒤틀리며 몸의 균형조차 잡기 힘들어 양쪽에서 부축을 받아야만 제대로 걸을 수 있어도 좁은 보폭으로 걷는 것을 멋이라 여겼다.

서양에서도 그랬다. 15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들은 작은 신발 속에 발을 가둬 종종걸음으로 걸으며 연약한 여자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틀속에 갇혀 지냈다. 나폴레옹의 왕비 조세핀조차 작은 슬리퍼를 신다가 구멍 난 구두 수선을 위해 제조공에게 맡겼을 때 제조공은 “아,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어요. 이 신발을 신고 산책을 하셨군요” 했단다.

시대는 흐르고 발전하여 바야흐로 2018년이다. 우리 대한의 선수들에게만 집중해서 보더라도 최민정. 김아랑. 심석희, 이유빈 선수가 쇼트트랙에서, 이상화 선수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메달을 따내었다. 저 선수들이 11세기에 태어났다면 전족(纏足)의 가치 틀에 묶여 사느라 제 몸이나 제대로 가누고 걸을 수 있었을까 싶다. 이젠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자유로운 세상에서 자기 발로 꿈을 펼치는 시대다. 그 꿈을 향해 달려갈 때 겪는 고통은 자기완성을 위한 노력이라 기쁨으로 즐길 수 있겠다.

직업 발레리나는 한 달에 65컬레의 토슈즈를 신는다는데, 이미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의 전설이 된 김연아 선수나 이번 대회에 출전한 민유라, 김하늘, 최다빈 같은 선수들 또한 얼마나 많이 얼음판에서 칼날을 세우고 돌고 돌았을까?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세계선수들은 ‘오즈의 마법사’속 도로시나 ‘신데렐라’처럼 쉽게 주어지는 행운이 아닌, 그들의 피나는 발로 마법 같은 꿈을 이루어 내었다. 그들은 자기네 조국에 메달을 선물하고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는데 나는 무엇으로 내가 사는 세상에 보탬이 되어볼까? 우선, 내 시간을 좀더 치열하게 살아야겠고 우리가 신발을 신고 백세를 누리는 축제를 즐기고 있으니 신발 없이 다니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게 돕는 관심부터 늘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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