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길 걷다가
파란 탄생을 본다
조금 조금씩 제 빛깔을 내는
저 여린 풀
보슬보슬 안개비 맞는 앙증한 모습
눈에 깊이 넣어본다 산 것은 모두 경건하고
엄숙하다 비록 그게 꼬부랑한 모습이어도
생 깊게 옷깃 여미게 한다
그의 앞길에 길고 고된 무거운 서사를 써오는 동안
새싹 사이로 종알종알 걸어오는 바람의 응원소리와
시원스럽게 걸어가는 고요 실은 물의 목탁소리가
따뜻한 내의인양 추위 떠는 저 새싹의 가녀린 어깨 감싼다
살아가는 동안 저 풀은 깊은 고요와 자연을 껴입고
오직 씨앗 하나에 온 고난과 정성을 모으리라
사람들은 그걸 너무 쉽게 말하지만
저 흔한 인습을 저울추로 잴 수는 없다
그의 삶은
엄숙한 자연의 보배일 테니.
◇제왕국
한국시민문학협회 자문직을 수행하고 있는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통영문인협회 이사 및 수향수필 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제 4회 ‘대구신문’ 명시 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 등이 있다.
<해설> 새싹은 그저 평범한 자연 생태계의 탄생의 일부이다 그것이 우리가 보고 지나치는 일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인은 말한다. 그냥 나고 자라는 것 이상의 엄숙하고 경건한 삶의 하나라고, 저 흔한 자람도 시인의 눈으로 보기엔 인간의 고귀한 삶의 한 과정으로 보였기에 그 자람을 폄하하지 않는다. 희망과 도전의 상징인 새싹을 자연의 귀한 보배로 바라보는 것이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