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폭 비단으로 감싸주던 몸매가
느슨한 모습으로 굳어져 있다
붉은 망 속 탱글탱글한 것들
성은 양씨요 이름은 파순이들
그 모진 생명이
들숨 날숨 거리며
한 뼘 창문을 통한 햇살에 의지 한 채
망을 뚫고 나와 천정을 향해 쭈뼛거린다
성벽처럼
겹겹이 에워싼 인과의 틀을 깨고
싹 하나 틔워내어
세월을 다듬는다
◇김항신 = 1956년 제주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제주도 한라산문학 동인회서 활동 중
<해설> 본능이란 누가 막는다고 자제되는 게 아니다. 백 겹의 피막을 둘러놓아도 태양을 향해 돋움 하는 그 본능은 기어코 싹을 틔우는 것이다. 그것이 어디 양파만의 이야기겠는가. 세월을 다듬어가는 사람도 이와 같음인데.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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