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을 잡아먹는 새 - 고수 위에 또 고수가 있다
용을 잡아먹는 새 - 고수 위에 또 고수가 있다
  • 승인 2018.03.08 20: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일전 라오스로 여행을 갔을 때에 한 사원 앞에서 푸른빛 몸에 새의 부리를 하고 있는 입상(立像)을 보았습니다. 오른손에 긴 칼을 들고 굵은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원을 지키는 수문장(守門將)으로 보였습니다.

그 신비한 모습 속에 많은 사연을 담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안내원의 말로는 천하무적 그 어떤 악귀라도 모두 막아낸다는 전설 속의 새에 근거하여 세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인도와 동남아 지역에 광범하게 퍼져있는 전설의 새 가루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루다는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조(神鳥)로, 인간의 몸체에 독수리의 머리와 부리, 황금빛 날개, 네 개의 팔과 다리, 날카로운 발톱을 갖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가루라(迦樓羅) 또는 금시조(金翅鳥), 묘시조(妙翅鳥)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가루다의 탄생에 대한 전설은 여럿 있지만 대체로 참고 기다리며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어떤 현자(賢者)에게 두 명의 아름다운 부인 카드루와 비나타가 있었습니다.

현자가 두 부인에게 자식을 가지게 해 주겠다고 하자 카드루는 천 마리의 뛰어난 뱀을 낳기를 원했고, 비나타는 카드루의 자식보다 지혜와 용맹이 더 뛰어난 아들이면 모양에는 상관없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결국 카드루는 천 개의 알을 낳았고, 비나타는 두 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500년 후 카드루의 알에서 천 마리의 뱀이 나왔으나, 비나타의 알은 그대로였습니다. 참다못한 비나타가 알 하나를 깨어보니, 상반신만 성장한 태아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 태아는 자신이 스스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은 어머니를 원망하면서 붉은빛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 지금까지도 아침저녁으로 타나난다고 합니다.

다시 500년이 흐른 뒤에야 마침내 비나타의 두 번 째 알이 갈라지면서 나온 것이 바로 가루다였습니다. 그러니까 가루다는 그 어머니의 바람대로 천 마리의 뱀보다 뛰어난 존재로 태어난 것입니다.

그 뒤, 가루다는 우주의 수호자 비슈누의 수행자가 되어 비슈누를 태우고 어디든지 날아다니며 악령을 비롯 사악한 뱀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가루다는 비슈누가 생각하기만 해도 나타날 정도로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였고, 마침내 황금 날개에 태양을 싣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운반하는 중책도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불교에서는 물론 힌두교에서도 내공 깊은 성스러운 존재로 모셔지고 있습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가루다의 형상을 국가 문장으로 사용할 정도입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호질(虎叱)’에는 범을 잡아먹는 여러 전설 속 동물이 등장합니다. 즉 비위, 죽우, 박, 오색사자, 차백, 황요, 활, 추이, 맹룡 등이 그것입니다. 이 중에도 맨 마지막 맹룡이 가장 강력한 힘으로 범을 제압했다고 합니다.

‘호질’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 세상은 끝이 없구나.’하고 놀란 적 있습니다. 이 무서운 동물들은 각각 그 이름과 같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필살기(必殺技)로 범을 제압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전설에 따르면 가루다는 이 맹룡 정도는 지렁이 쪼아 먹듯 한다는 것이고 보면 가루다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루다에 대한 전설은 널리 퍼져나가서 중국 ‘수호지(水湖志)’에도 등장합니다. 주요 등장인물 중의 하나인 ‘구붕’이 가루다의 다른 이름인 금시조를 딴 ‘마운금시’라는 별칭을 가지고 맹활약을 하는 것입니다.

공룡(恐龍) ‘가루디미무스(Garudimimus)’도 가루다에서 이름을 딴 학명(學名)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언제나 고수(高手) 위에 또 고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늘 겸손하게 자기 자신을 가꾸라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언제나 뚜렷하게 주어져 있는 것입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