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내가 나를 죄어온다 원작 뛰어넘는 반전 릴레이
죽은 아내가 나를 죄어온다 원작 뛰어넘는 반전 릴레이
  • 윤주민
  • 승인 2018.03.0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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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하던 아내 독약으로 살해
불륜녀와 행복한 시간 보내다
아내 시체 실종 후 공포 시달려
스페인 영화 ‘더 바디’ 리메이크
영안실 등 활용 긴장감 극대화
인물별 감정변화 표현 ‘호평’
사라진밤
영화 ‘사라진 밤’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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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라진 밤’스틸 컷.

대학의 교수직을 맡고 있는 진한(김강우)은 재벌 2세 연상녀 설희(김희애)와 결혼한 사이다. 그러나 진한은 설희 곁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친다. ‘백년가약’을 맺은 사이지만 자신을 ‘애완동물’처럼 옥죄는 설희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 신분격차를 극복한 결혼에 진한의 인내심은 이내 바닥을 드러낸다.

여기에다 대학교 제자인 혜진(한지안)과 두 집 살림까지 차리고 있으니 진한은 하루빨리 이 관계를 끝내려 한다. 결국 시중에 유통되지 않지만 자신이 개발한 독약 ‘TH-16’으로 아내 설희를 살해하고 만다.

시신을 부검해도 아무런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완전범죄라 생각한 진한과 혜진은 비로소 해방감을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뜻밖의 소식에 진한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서둘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으로 향한다. 설희의 시체가 누군가에 의해 사라졌다는 것.

조사할 게 있다며 진한을 부른 사람은 한때 광수대(광역수사대)의 전설적인 형사 중식(김상경)이다.

약혼녀를 잃은 뒤 매일 술에 찌들어 살지만 그의 동물적인 감각은 후배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를 잃은 지 하루도 되지 않은 진한의 심경을 고려한 형사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자 코를 골며 졸던 중식은 대뜸 설희의 시체를 유기한 범인으로 진한을 지목한다.

두 주인공 사이에서 펼쳐지는 팽팽한 긴장감, 101분 러닝타임을 순식간에 삼켜버린 영화 ‘사라진 밤(감독 이창희)’이다.

이창희 감독은 2014년 스페인에서 개봉된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더 바디’를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각색, 재탄생시키며 충무로에 상륙했다.

복수에 초점을 맞춘 원작과 달리 이 감독은 설희의 시체를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하며 영화 전반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 ‘사라진 밤’은 진한의 감정변화와 함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 올리며 관객을 휘몰아친다.

진한은 자신이 개발한 독약을 와인에 탄 뒤 설희에게 권한다. 그렇게 자유를 찾고자 했다.

그것도 잠시, 진한은 극한의 공포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진한은 설희의 가족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는 척 하지만 이들이 돌아가자 기다렸다는 듯 내연녀 혜진의 집으로 향한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진한의 내적갈등은 고요하다. 부검을 해도 독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고, 자신이 이를 신청했기 때문에 완전범죄에 성공했다는 생각이 앞선다. 하지만 뛰어난 직감으로 수사망을 좁혀오는 중식에 의해 진한의 감정선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다른 시각에서 진한을 용의자로 모는 중식, 그러나 진한은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는 것 보다 중요한 게 있다. 혜진과의 사이를 처음부터 알고 있던 설희가 이 모든 상황을 기획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내가 죽었음에도 차분히 조사에 응했던 진한은 결국 시간이 갈수록 점점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만다.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도 이같은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몰입도를 높인다. 시체를 훔쳐간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하는 질문과 함께 정말 설희가 살아 있을 수도 있다는, 두 가지 의구심이 동시에 관객을 압도한다.

진한의 감정변화에 따른 재미 이외에도 공간이 주는 공포감은 이 영화의 또다른 재미다. 미로처럼 폐쇄된 밀실, 국과수라는 한정적인 공간은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경비원의 말처럼 귀신이 있다는 얘기는 관객을 속이는 하나의 장치이자 복선으로 작용한다. 그의 말처럼 진한의 눈에는 설희가 귀신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복잡한 국과수 내부 구조는 답답한 진한의 마음을 대변하듯 관객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진한과 중식, 두 인물간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결말을 향해 달린다. 중식의 엉뚱함이 쫄깃함을 잠시나마 이완시키지만 생각지도 못한 큰 한 방으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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