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은 대구, 빛 보는 광주
물 먹은 대구, 빛 보는 광주
  • 승인 2018.03.1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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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주필 겸 편집국장)


1999년 김대중 정부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산업진흥사업’을 추진했다. 그때 대구시는 섬유산업을, 광주는 광(光)산업을 지역발전 전략산업으로 선택했다.

대구시의 경우 정식 사업명칭은 ‘대구지역 섬유산업 육성방안’이다.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밀라노 프로젝트’가 바로 그 사업이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당시 문희갑 대구시장이 세계적인 섬유산업 중심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는 의미로 붙인 별칭이다. 출발 당시에는 대구섬유산업을 21세기 첨단·고부가가치산업으로 탈바꿈시켜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담겨있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총 6,800억 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된 밀라노 프로젝트. 이런 저런 부대사업비를 더하면 투자규모가 8천억 원을 훌쩍 넘는다. 밀라노 프로젝트에도 불구하고 대구는 오히려 자동차부품 도시로 변모했다. 거액이 투자된 대구섬유산업이 당초 목표대로 탈바꿈했다고 믿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고급소재· 우수한 디자인 인력·봉제인력이 부족한 대구에서 밀라노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무리한 사업이었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감사원이 지적한 대표적인 국책실패사업으로 오명(汚名)만 남았다. 혈세만 쓰고 세월만 보낸 셈이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대구시는 경제발전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물산업 육성 등 5대 산업을 선정, 미래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구 물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물산업진흥법’국회통과가 절실하다. ‘물산업진흥법’은 대구·경북지역 의원 21명이 2016년 발의했으나 3년째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 대구 경제 발전을 위한 절실한 법안이 국회에서 계속 물 먹고 있다.

광주시는 대구와 확연히 다른 축제 분위기다. 광주의 광(光)산업은 ‘광융합산업진흥법’제정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의 광산업은 대구의 밀라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1999년 정부로부터 지역전략산업 육성 대상으로 선정됐다. 광주시는 집중적인 투자로 광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키워왔다. 국회는 지난 2월 28일 본회의를 열고, 총의원 197명중 찬성 190명으로 광융합산업진흥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장병완 등 호남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9명과 자유한국당(발의 당시 새누리당)의원 3명이 2016년 11월 발의했다.

광주시는 이 법안 통과를 위해 산업벤처위 법률소위위회·법사위원회 등 법률제정 과정에서 산업부·국회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여야의원 반대가 한명도 없이 통과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광주시와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쳐 법안 발의 3년 만에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지금부터 30년 전인 1987년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은 대구가 252만원, 광주는 212만원이다. 대구가 40만원 많았다. 당시로서는 상당한 차이다. 1989년부터 광주에 역전되기 시작됐다. 대구는 308만원, 광주는 312만원이었다. ‘밀라노 프로젝트’가 시작된 1999년 대구는 828만원, 광주는 875만원이었다. 2016년에는 대구가 2천14만원, 광주는 2천239만원이다. 광주가 대구보다 225만원이 많다. 30년 전 40만원이나 많았던 대구가 30년 뒤에는 광주보다 225만원이나 적어졌다. 시장이 명문고 출신에다 장·차관을 지냈느니 스펙이 좋으니 어쩌고저쩌고 잘한다고 떠들어도 이게 대구의 현실이다. 대통령을 5명이나 배출한 도시니까 그래도 ‘대구가 광주보다는 잘사는 도시’라고 생각해온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천만에 말씀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광주시는 지난 7일 시청에서 ‘연봉 4000만원 일자리 확대’를 위한 광주 노·사·민·정 결의문을 채택했다. 현대차 등 대기업 유치를 위해서다.

대구는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물먹기 시작했다. 우리가 남이가 했지만 사실 남보다도 못했다. 그때부터 본격 소외되기 시작했다. 성서 공단에 있던 삼성상용차도 부산에 빼앗겼다. 김영삼 정부가 대구시민들 좋은 일자리를 부산으로 빼앗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TK 정치인들. 특히 다선(多選) 국회의원들. 대구발전을 위해 한 일은 별로 없고 대구의 희생 아래 권력을 누린 자들이다. 여당일 때는 ‘권력과 야당 눈치 본다’고 못하고, 야당일 때는 ‘힘없어 못한다’는 시민들의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TK출신 정치인들은 아직 시민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 듯하다. 호남지역은 야당일 때는 야당이라고 떼쓰고, 여당일 때는 힘으로 밀어부친다.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정말 대구를 사랑하고 지역경제를 살려 더이상 시민들을 물 먹이지 않을 시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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