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금연과 연경(烟經)
<대구논단> 금연과 연경(烟經)
  • 승인 2010.01.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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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흥(대구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2010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다가오면 저마다 소원을 빈다. 필자는 동해안의 한 연수원에 당첨이 되어 동해안 일출을 방안에서 구경하는 호사를 누렸다. 일출을 보면서 가족의 건강과 우리 과 학생들의 취업 등을 빌었다. 연수원에서 제공해 준 맛있는 떡국을 먹으면서 아이들에게 공부 잘하라는 당부 아닌 언약을 받았다. 하지만 나 역시 금주(禁酒)는 아니더라도 절주(節酒) 정도는 약속을 해야 했다.

새해 마다 사람들은 성적 몇 등 이상 올리기, 내 집 마련하기, 노총각 노처녀 결혼하기, 돈 많이 벌기 등 선언을 한다. 성인 남자들의 결심 중에는 술을 줄이는 것과 함께 금연(禁煙)이 있다. 아이들이나 부인의 강요도 있지만 자기 스스로 건강에 대한 염려 등으로 금연을 선언한다. 담배는 각종 병을 유발하는 데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간접 흡연의 피해 역시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흡연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가정에서도 베란다에 추위에 떨면서 피우거나, 직장에서도 금연구역이 대부분이라 담배를 피우기 위해 옥상이나 1층까지 가는 수고와 비흡연자, 상사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고통도 따른다. 새해 들어 주위에서 금연을 선언한 사람들이 보인다. 반면 일부 흡연자들은 담배는 절대 끊을 수 없다고 한다.

외국의 담배회사들은 담배 판매량을 늘리기 위하여 담배를 평생 끊지 못하도록 10대 청소년들 위주의 판매 전략을 세운다니 충격적인 일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사람이라 금연의 고통은 없어 다행이다. 담배는 가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남초(南草)·연초(煙草)라고도 한다.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중앙부 고원지이며, 1558년 스페인 왕 필립 2세가 관상용·약용으로 재배하면서 유럽에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618년(광해군 10) 일본을 거쳐 들어왔거나, 중국의 북경(北京)을 내왕하던 상인들에 의하여 도입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본에서 도입된 것은 남초·왜초(倭草), 북경이나 예수교인에 의하여 도입된 것은 서초(西草)라 불렀다. 전래된 담배는 300여 년간은 자유 경작을 하다가 1921년부터 전매제도로 바뀌었다.

조선시대 담배에 관한 재미난 책으로 이옥(李鈺)의 `연경(烟經-안대회 역, 연경, 담배의 모든 것, (주)휴머니스트, 2008)’이 있다. `연경’은 `연기의 경전’이라는 뜻으로 이옥은 정조 당시 문체반정(文體反正)으로 고초를 겪은 애연가이다. 이옥은 문체를 고문체로 고칠 것을 요구하는 것을 거절하다가 과거 자격 박탈, 두 번의 수군 편입 등 고초를 겪었다.

그의 책에는 담배의 생산 방법, 생산 도구, 흡연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등 담배에 관한 모든 것을 싣고 있다. 담배를 인생의 벗으로 삼은 사람이 그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만든 책이다. 그 책 속에서 담배의 여러 쓰임새 중에 하나로 밥을 배불리 먹은 뒤 한 대 피우면 위가 편안해 진다고 하였다.

담배가 맛있을 때로 대궐에서 임금님 앞에서 오랫동안 입을 닫고 있다가 대궐문을 벗어나자마자 한대 피우면 오장육부가 모두 향기롭다고 하였다. 담배 피우기 적절할 때는 “달빛아래서, 눈이 내릴 때, 비가 내릴 때, 꽃 아래에서, 물 위에서, 다락 위에서, 길을 가는 중에, 배 안에서, 베갯머리에서, 측간에서, 홀로 앉아 있을 때, 친구를 마주 대하고 있을 때, 책을 볼 때, 바둑을 두고 있을 때, 붓을 잡고 있을 때, 차를 달이고 있을 때 피우기 좋다.”고 하였다.

그러나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는 상황을 “예절을 엄격히 차려야 할 일체의 장소에서는 안 된다. 화재를 조심해야 할 장소에서는 안 되고, 연기 피우는 것을 꺼리는 곳에서는 안 되며, 발길에 차여 넘어질 염려가 있는 곳은 안 된다.”라고 하였다.

흡연을 금할 때는 제자가 스승 앞에서, 천한 자가 귀한 자 앞에서, 어린 자가 어른 앞에서, 제사를 지낼 때, 대중들이 모인 곳에서 혼자 피우기, 다급한 때, 곽란이 들어서 신 것을 삼킬 때, 큰 바람이 불 때, 말 위에서, 이불 위에서, 화약이나 화총 가에서, 매화 앞에서, 기침병을 앓는 병자 앞에서는 피워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담배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것도 고질병 중에 하나라고 엄중히 경고하였다.

최근 통계에서 경제 불황으로 흡연자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새해 들어 경기가 다시 좋아져 흡연자의 숫자가 줄어들었으면 한다. 또한 금연을 선언한 분들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건강을 위하여 꼭 성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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