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 불리려면
눈을 확 당겨야지
그래야 마음이 멎는다고
그런 때가 있었지
붙여진 이름 없는 들판에
바닥을 기는 자잘한 들꽃
세세히 눈 맞추니 생의 실핏줄이 보인다
이 작은 꽃잎을 완성하느라
스스로는 안간힘을 다 바치고
꽃으로 불리기도 미안해 작은 몸을
더 축소했으리라
이 들판의 주인은 저 작은 꽃들이다
가다가 다시 서서 돌아보니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내 생이
저기 납작 눌린 들꽃으로
잔 몸 흔들고 있다
◇이필호 =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1986년 ‘매일신문’에 수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옻골문화제 대상 수상
<해설> 들꽃이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의 눈길을 확 잡아당기려면 여간 고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갖은 고생 끝에 이뤄놓은 결과도 보아주는 이 없다면 그 실망감은 오직 스스로의 몫인 것. 들꽃에 비추어지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돌아보는 시인의 시선이 왠지 낯설지 않다. -정광일(시인)-